정운찬 “동반성장 주무장관이 되레 방해”

  • Array
  • 입력 2011년 3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 본보와 전화 통화서 정부에 강한 불만 토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동아일보DB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동아일보DB
여권의 ‘필승 카드’가 오히려 여권 내 권력투쟁을 가속화하는 ‘자중지란 카드’로 변해버렸다. 동반성장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운찬 전 총리가 4·27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불출마를 거듭 밝힌 데다 ‘동반성장위원장 사퇴’라는 배수진까지 치며 각을 세우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 전 총리는 20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초과이익공유제와 관련해 네 번 정도 말한 것 같다”며 “(공식 사과를 포함한) 저쪽의 대응을 보면서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 전 총리가 강수를 던진 데는 초과이익공유제와 분당을 출마 문제 논란 과정에서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변의 관측이다. ‘정운찬 전략공천 카드’가 제기되자 당내 중진들이 ‘실패한 총리’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반대한 데다 동반성장위도 동네북이 되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정 전 총리의 한 측근은 “최 장관이 고교(경기고) 대학(서울대) 후배이고 하와이대에 공부하러 갈 때 추천서까지 써줬는데 조직 예산 지원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을 한 데 상당히 불쾌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이 과연 동반성장에 대한 실질적 의지가 있는지에도 회의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총리까지 지낸 사람이) 왜 이렇게 시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 내부적으로 조율하면 될 일을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바람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됐다”며 정 전 총리의 문제 제기 방식을 비판했다.

사태가 불거지자 정부는 동반성장위에 긴급히 예산을 편성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지경부와 중소기업청은 올해 7억 원씩 동반성장위에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동반성장위의 올해 예산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가 지원하는 20억 원과 중소기업중앙회가 지원하는 2억 원을 포함해 모두 36억 원에 이르게 됐다.

또 정부는 동반성장위의 정책 실무와 운영 업무를 맡은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인력을 현재 20여 명에서 40여 명으로 늘려 동반성장위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 전 총리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후임으로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이사장으로 최근 결정됐다. 그러나 정 전 총리의 분이 풀리지 않은 듯하다. 다음은 전화 일문일답.

―동반성장위원장 사퇴 의사를 밝혔는데….

“저쪽이 하기에 달려 있다. (최 장관이 초과이익공유제와 관련해) 아부다비에 다녀온 다음날도 얘기하지 않았느냐. 일하지 말라는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국가를 위해 동반성장에 봉사하려고 했는데 주무 장관이 몇 번이나 방해하는 걸 보고 일하지 말라는 의미로 보고 의사 표시를 한 것이다. 지금까지 동반성장(위원회)을 더 보강해야겠다는 의견을 거의 모든 관계 기관에 다 얘기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정부에서 오늘 예산 지원 등을 약속했다.

“돈을 더 준다고 하는데 돈 더 달라고 이러는 게 아니다. (지경부와 중소기업청이 7억 원 씩 지원하는) 14억 원, (전경련의) 20억 원은 다 예산에 있었던 거다.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예산을) 더 해주는 것 같지 않은가. 그게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느냐, 아니냐가 문제다.”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이사장으로 결정됐는데….

“그것도 아무것도 아니다. 1, 2월에 이미 결정돼 있었던 거다. 주무 장관의 동반성장 의지가 정말 있는지 의심스럽다. 동반성장 의지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일을 할 수가 없다. 저쪽의 대응을 보면서 (거취를) 결정하겠다.”

―대응 수위는 어느 정도를 말하나.

“그건 내가 말할 게 아니다. 공식 사과가 될 수도 있고….”

―최 장관을 해임하라는 건가.

“나는 그건 모른다. 자기들이 알아서 하는 거다.”

―분당을 출마 문제는….

“나는 한 번도 나간다고 한 적이 없다. 분당을은 나갈 생각이 없다. 그건 (동반성장위와) 전혀 다른 문제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