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GPS 교란전파’ 개성외 금강산서도 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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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국방 “휴대-차량용 교란기 다수 보유한 듯”
통신사들 작년 8월 공격에도 속수무책 당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교란해 통신장애를 일으키는 북한의 ‘GPS 공격’에 통신사들이 사실상 속수무책인 것으로 드러났다.

9일 한나라당 이철우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북한의 GPS 공격으로 모두 181개 기지국에서 통신장애가 발생했다.

▶본보 9일자 A8면 北 작년8월-이달4일 GPS 교란 공격

통신사들은 GPS 공격을 받으면 기지국 안테나의 위치를 조정해야 하지만 상당수 안테나는 위치 조정이 아예 불가능했다. 또 안테나의 위치를 조정해도 통신장애가 계속 발생한 곳도 적지 않았다.

당시 91개 기지국에서 통신장애가 발생한 SK텔레콤은 이 중 4개 기지국의 안테나 위치를 바꿔 통신장애를 해결했다. 하지만 나머지 87개 기지국은 위치 조정이 아예 불가능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안테나의 위치를 신속하게 조정하기 힘든 데다 위치를 잘못 바꾸면 오히려 통신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40개 기지국에서 통신장애가 일어난 KT는 25개 기지국의 안테나를 조정해 문제를 해결했지만 15개는 위치를 조정할 수 없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통신장애가 발생한 30개 기지국 가운데 절반인 15개는 안테나 위치 조정이 불가능했다. 또 나머지 15개 기지국의 안테나는 위치를 조정했음에도 이 중 8곳에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방통위는 주로 높은 곳에 위치한 기지국에서 통신장애가 많이 발생하며 전체 기지국의 20∼30%가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고 밝혔다. 또 방통위는 GPS 공격이 24시간 이상 지속되면 시스템 오류로 전화가 아예 먹통이 되는 등 심각한 통신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행히 지난해 8월 23∼27일 5일간 벌어진 GPS 공격은 하루 최대 지속시간이 13시간에 그쳤다. 이달 4∼7일에도 간헐적으로 GPS 공격이 이뤄져 심각한 통신장애는 없었다.

한나라당은 9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함께 북한의 GPS 및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등 전자전에 대비한 긴급 당정회의를 열었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휴대할 수 있거나 차량을 이용한 GPS 교란기를 다수 보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북한이 GPS 교란 전파를 개성 외에 금강산에서도 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날 “(GPS 교란행위를) 북한이 한 것이 틀림없다”며 “무선신호를 쏜 위치와 시간, 횟수는 모두 확인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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