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과학벨트, 정치적 판단하겠다는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 金총리 “법대로” 발언 파장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의 입지를 공모절차 없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특별법(과학벨트법)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김황식 국무총리의 25일 발언을 놓고 정치권의 시각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이날 김 총리를 면담한 자유선진당은 실망한 기색이다. 선진당 지도부는 “과학벨트의 충청권 유치가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만큼 반드시 충청권으로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총리는 “대통령의 공약은 법과 같은 구속력을 가지지는 않는다”며 다소 거리를 뒀다. 박선영 선진당 대변인은 “법대로 하겠다는 총리의 말이 공약을 지킨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에 불안감은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모는 아니지만 각 지자체에서 유치 추진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므로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8일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과학벨트법에 따르면 과학벨트의 입지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만드는 기본 계획에 포함시키도록 돼 있다. 기본 계획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되고 입지가 결정되면 국토해양부 장관이 지정·고시를 한다.

과학벨트법에 따르면 과학벨트 중 거점지구는 △연구·산업 기반 구축 및 집적의 정도와 가능성 △우수한 정주(定住)환경의 조성 정도와 가능성 △국내외 접근 용이성 △용지 확보 용이성 △지반의 안정성과 재해로부터의 안전성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한다. 기능지구는 △연구·산업 기반 구축 및 집적의 정도와 가능성 △거점지구와의 기능적 연계성 △거점지구와의 지리적 근접성을 보고 평가하도록 돼 있다.

물론 충청권에서는 대덕연구단지와 KAIST 등의 연구·교육 기반, 세종시 용지 등 충청권의 경쟁력 자체도 없지 않아 공정한 유치 경쟁에서도 불리할 것 없다는 낙관론도 있다.

김 총리의 발언을 계기로 한나라당 내에서도 출신지역에 따른 아전인수식 유치 주장이 거세질 기미가 엿보인다. 국회 교과위 소속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서울 송파갑)은 “특별법 절차와 기준에 따른다면 수도권이 가장 경쟁력 있다는 게 과학기술계의 다수 의견”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유치를 주장해온 지역구 의원들은 김 총리가 정치 논리를 앞세운 충청권 입지론과 일단 거리를 뒀다는 점에서 반기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대선 공약대로 충청권에 과학벨트를 줘야 한다는 뜻을 밝혀왔다. 당 일각에서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과학벨트위원회가 이와 다른 결정을 내릴 경우 ‘제2 세종시 수정 파동’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