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집권4년차 묘수찾기 ‘고뇌의 1주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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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가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요즘 이명박 대통령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직후만 해도 60% 안팎까지 치솟았던 국정수행 지지율이 40%대로 급락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새해 예산안의 한나라당 단독 처리 후폭풍, 구제역 전국적 확산 등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송년 민심을 어지럽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 장관의 전격 교체,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의 국가위기관리상황실로의 확대 개편 등으로 안보 리더십 논란에서 겨우 벗어나는가 싶었으나 느닷없이 집권당 대표의 ‘자연산’ 실언 사건이 터졌다.

이 대통령은 “권력을 휘두르지 않기 때문에 힘이 빠질 게 없다.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은 없다”며 내년도 부처별 업무보고에 집중하고 있지만 당정청의 손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형국이다.

청와대는 안 대표의 ‘보온병 포탄’ 파문에 이은 ‘자연산’ 발언 파문에 대해 겉으로는 뭐라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다.

한 참모는 26일 “한나라당 지도부가 ‘봉숭아 학당’이 됐다”면서도 안 대표가 공개 사과를 한 만큼 파문이 잦아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참모는 “이 대통령은 내년엔 재·보궐선거 외에는 특별한 정치 일정이 없는 만큼 국정에만 전념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엔 안 대표가 물러나면 60일 이내 전당대회를 다시 치러야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데다 차기 대선주자들 간의 경쟁이 조기에 불붙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집권 4년차를 앞두고 슬슬 당청 관계에 파열음을 예고하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는 점은 더 근본적인 고민이다.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은 물론이고 당 지도부 내에서도 당청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특히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여야 합의 없이 강행 처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일각에선 “피터팬 신드롬도 아니고 그게 할 소리냐”는 푸념이 나왔다. 4선의 정치인이라면 국가 중대 현안에 대한 자신의 대안을 밝혀야지, 그저 ‘난 안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책임 있는 행동이 아니라는 비판이다. 당내에선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놓고도 이견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내에선 한나라당 지도부가 “빨리 개각이라도 해서 국면을 좀 바꿔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자신들에게 쏠리고 있는 비난의 화살을 모면해보자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여전히 개각을 통해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뜻이 없지만 내심 고민은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인사와 관련해 대통령이 아무 말씀도 한 게 없다”면서 “연내에 할 수도 있고 내년에 할 수도 있고…”라며 말을 흐렸다. 이 대통령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처럼 무릎을 칠 만한 대안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선뜻 인사를 단행했다가 되레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비판만 받을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원하는 정치인 입각에 대해서도 적극 수용하기도, 딱 잘라 거절하기도 어려워하는 곤혹스러운 분위기가 읽힌다. 이 대통령은 원활한 당청 관계 구축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2012년에 총선이 있으므로 결국 1년짜리 장관을 만드는 것인데…”라는 우려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내에선 이 대통령이 3기 청와대 참모진의 현안 대처 능력에 썩 만족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 일각에선 역대 대통령과 달리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최소한 40%대를 유지하고 있고 4대강 사업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집권 4년차를 무난히 넘길 수 있다고 낙관하는 기류도 있다. 큰 선거도 없어 야당이 정국을 주도할 정치 지형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호흡이 길면서도 정교한 집권 4, 5년차 국정운영 로드맵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여권 내에서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내년 초 연두연설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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