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사격훈련 단행]北 ‘NLL 무력화’ 노림수 南 훈련앞에 멈칫?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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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의 20일 연평도 사격훈련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원을 분쟁지역으로 만든 뒤 해상분계선을 다시 긋는 수순으로 넘어가려는 북한의 의도를 저지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지난해 이후 서해 5도 해역을 둘러싸고 벌인 도발 과정을 살펴보면 1990년대 이후 북핵 위기를 조성하며 미국을 상대하던 ‘선군외교 프로세스’와 대체로 일치한다. 선군외교는 북한이 군과 핵을 앞세워 강대국인 미국을 외교적으로 압박하는 행태를 말한다. 서훈 전 국가정보원 3차장에 따르면 선군외교는 ‘악명(惡名) 유지-모호성 유지-벼랑 끝 위협-맞대응-위기관리-외교협상’이라는 여섯 단계의 사이클을 이룬다.

북한은 먼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이 후계자로 떠오른 지난해 1월 이후 NLL 무력화를 공언하며 서해 5도 해역에서 문제를 일으킬 것임을 여러 차례 공언하며 첫 번째 ‘악명 유지’ 단계를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10일 대청해전 도발과 올해 3월 26일 천안함 폭침사건 등을 통해 구체적인 실력행사를 했지만 남한 영토인 서해 5도에 대한 직접적인 포격을 하겠다는 의사는 드러내지 않았다. ‘모호성 유지’ 단계인 셈이다.

그러던 북한은 지난달 23일 한국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을 핑계로 대규모 포격 도발을 감행해 ‘벼랑 끝 위협’ 단계로 넘어섰다. 이에 따른 한국군의 사격훈련 방침에 대해 북한은 ‘예상할 수 없는 자위적 타격’을 위협하며 ‘맞대응’을 시도했다.

이와 동시에 북한은 ‘위기관리’에도 나섰다. 중국과 러시아 등 우방국을 동원해 국제무대에서 사격훈련 저지를 위한 외교전을 폈고 미국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를 평양에 끌어들이는 ‘초청외교’를 했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 등이 외교적 위기관리에 나섬에 따라 한국의 사격훈련을 포기하게 만든 뒤 외교적 협상을 통한 서해 해상분계선 수정이라는 마지막 여섯 번째 단계로 넘어가는 수순을 기대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북한의 노림수는 한국 정부와 군의 단호한 대응에 부닥쳤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에 우리 군이 사격훈련을 하지 않고 넘어갔다면 북한은 이를 빌미로 서해 NLL 무력화를 넘어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을 몰아내는 북한식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교두보로 삼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북한은 한국의 사격훈련에 다시 맞대응을 시도하며 위기의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강력하게 대처해 ‘선군외교 프로세스’를 끊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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