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도발 이후]한국 자위권 존중 의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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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군 자위권 행사’ 군사동맹 저촉 안된다 판단한 듯

미국이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 자위권을 발동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한국의 방침에 동의를 표시한 것은 한미동맹 차원에서 북한에 단호한 억제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양국 간 공감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 군사적 협력 틀에 영향 안 줘?

군 관계자들은 미국 측이 한국의 강력한 대북 대응 방침에 공감한 것은 한국군의 자위권 행사가 양국 간 군사적 협력의 틀에 저촉되지 않는 데다 미국이 이번 사태에 직접 나서지 않고도 문제를 풀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군 관계자는 7일 “김관진 신임 국방부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 때부터 북한의 도발에 맞선 대응 방안으로 ‘자위권’을 거론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자위권 행사는 기존의 한미동맹이라는 군사적 협력 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안으로 미국이 한국군의 자위권 행사에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1994년 미군은 평시작전권을 한국군에 이양하면서 6가지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에 대해서는 평시에도 미군이 권한을 행사하도록 했다. 6가지는 △연합위기관리 △작전계획 수립 △연합연습 △합동교리 발전 △연합정보 관리 △전술지휘통제(C4I) 상호운용성 등이다. 한국군의 자위권 발동이 이 6가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자위권이 교전규칙과는 별개의 대응 방안이라는 점도 미군이 개입할 여지를 주지 않고 있다. 교전규칙 개정 권한은 유엔군사령관을 겸한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있지만 자위권은 유엔헌장 51조에서 규정한 주권국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자위권 행사는 국제법이 보장한 주권 국가의 고유권한으로 미국이 동의해주고 말고 할 사안이 아니다”며 “미국의 개입 시점은 자위권 행사가 확전으로 이어졌을 때”라고 말했다.

○ 한국을 달래기 위한 당근?

미국 측이 한국군의 자위권 행사에 흔쾌히 동의해 준 것은 한국에 일종의 ‘당근’을 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외교정책의 기본가치가 ‘세계 지도국가’로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는 것인 만큼 미국은 한반도에서 남북한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에 연평도 사격훈련 재개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이 민간인까지 겨냥해 포격을 가한 상황에서 한국에 ‘마냥 참고 있으라’고만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한국을 달래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군이 제기한 ‘자위권 행사’를 인정해 준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의 관심사는 연평도 포격 도발이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직접 나서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이 되면 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결국 중국이 개입하는 빌미를 줘 사태가 커진다”고 분석했다. 이 소식통은 “결국 미국은 자신들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되는 자위권을 차선으로 선택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예방적 자위권 행사는 제한적?

그러나 미국이 한국군의 자위권 발동에 동의했다고 해서 ‘예방적 차원의 자위권 행사’까지 인정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예방적 자위권 행사는 자칫 한국군이 선제공격을 했다는 빌미를 줄 수 있고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한 군사 전문가는 “(예방적 자위권의 경우) 지금 자위권을 발동하지 않으면 추가적으로 분명히 공격을 받을 것이라는 명백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징후가 포착되지 않는 한 미국이 예방적 자위권 발동에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자위권 발동은) 북한의 추가 도발이 전제”라며 “우리가 가만히 있는 북한을 폭격하자는 것도, 지나간 일을 응징하자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교전규칙과 자위권 ::

교전규칙은 6·25전쟁의 주체인 유엔군사령부가 1953년 정전협정 직후 남북 간의 우발적인 충돌이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상황에 따라 단계별로 군사력 대응 방식을 정해놓은 규칙이다. 반면 자위권은 외국의 무력 공격에 맞서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리. 긴급한 경우 자위권 행사로 다른 나라의 권리를 침해해도 국제법상 적법한 것으로 본다. 유엔헌장 제51조도 자위권을 회원국의 고유한 권리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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