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서해5도 전력강화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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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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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5도를 공격능력 갖춘 ‘정지한 항공모함’으로 만들라”

군 관계자들이 2일 고속정을 타고 서해 연평도 근해에 정박한 해군 함정으로 복귀하고 있다. 서해 한미 연합훈련이 종료됐고 해병대 연평부대의 사격훈련을 앞두고 있는 연평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연평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군 관계자들이 2일 고속정을 타고 서해 연평도 근해에 정박한 해군 함정으로 복귀하고 있다. 서해 한미 연합훈련이 종료됐고 해병대 연평부대의 사격훈련을 앞두고 있는 연평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연평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군 당국이 북한의 포격을 받은 연평도의 전력을 빠르게 증강하고 있다. 고성능 대포병레이더와 다연장로켓(MLRS), K-9 자주포 등 북한의 포격 도발을 신속히 감지하고 대응타격을 할 수 있는 무기들을 속속 배치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연평도를 포함한 서해 5도의 전력을 획기적으로 증강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 3105억 원을 통과시켰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고 전략 요충지인 서해5도를 방어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워 실행해야 할까. 동아일보는 안보 전문가 9명에게 서해 5도 전력 강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 서해 5도의 전략적 가치 강화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서해 5도의 전략적 가치를 충분히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연평도는 ‘목구멍의 비수’, 백령도는 ‘옆구리의 비수’에 비유된다.

남해일 전 해군참모총장은 “서해5도가 방어가 아니라 공격을 위해 ‘떠 있는 항공모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력 증강을) 계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평도의 전력이 북한 포격 도발에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곶 등 북한 서해안의 주요 기지는 물론이고 유사시 평양까지 공격할 수 있도록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 전 총장은 서해5도에 전략무기를 집중 배치하면 북한의 대응 전력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북한군의 전력이 수도권을 집중 공격하도록 배치돼 있지만 우리가 서해5도 전력을 공격적으로 늘리면 북한도 이곳으로 전력을 분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 장관 출신의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은 “서해5도 해병대에 북한군의 포 사격에 대비해 포병 전문 인력을 다수 배치해야 한다”며 “장거리미사일보다는 북한군 해안기지를 포격할 수 있는 단거리 무기를 증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명상 전 공군대 총장은 “서해5도를 한미 연합방위체제로 전환하고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에 미군을 주둔시켜 북한의 도발을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작은 연평도에 과다한 무기?


군의 이런 전력 증강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은 “장거리미사일 등 전략무기를 연평도 같은 좁은 공간에 배치했다가 북한의 공격을 받으면 (빼앗길 우려가 있어서) 위험하다”며 “대만의 진먼 섬이나 프랑스의 마지노선을 참고해 포를 갱도 안에 숨기고 장기간 버틸 수 있도록 요새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혁수 전 해군작전사령부 부사령관은 “서해5도 전력 증강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고가의 정밀무기를 다량 배치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장기적으로는 해병대가 상륙작전 능력을 강화해 북한지역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25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을 경험한 북한군은 동·서해안에 27개 사단을 배치했으나 지금은 한국 해병대의 상륙 가능성이 작다는 것을 알고 휴전선으로 전진 배치했다”고 말했다.

국가비상기획위원장을 지낸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서해5도 방어는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해·공군과 연계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최신 무기 증강에 얽매일 게 아니라 현재의 해·공군 전력을 어떻게 기민하게 움직일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은 “서해5도 지역은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아무리 전력 강화를 추진해도 북한보다 전력이 앞설 수 없다”며 “서해5도 이외의 지역에서 압력을 가하는 방법으로 이 지역을 지키는 방법도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는 곤란


전문가들은 군 당국이 응급처치로 K-9 자주포와 MLRS, 신형 대포병레이더, 지대공미사일 천마 등을 전방지역과 수도권에서 차출한 것에 대해 ‘돌려 막기에 따른 전력 공백’을 우려했다.

전제국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북한이 한 번 공격한 곳을 다시 공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연평도 외의 예상치 못한 곳도 찾아 대비해야 한다”며 “지금 투자하는 무기체계는 10년 뒤에 사용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이번 북한의 포격 도발로 서해5도의) 전력 증강이 단기적으로는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론 한반도 긴장을 높일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한반도의 긴장 수위, 남북관계 진전 등에 따라 수위를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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