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관료화된 軍 싹 뜯어고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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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내 안보점검특위 구성키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계기로 한나라당 내에서 군 개혁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군의 자발적인 변화를 기대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안상수 대표는 2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군의 조직과 운영, 교전 시스템을 바로잡아 군에 대한 신뢰를 되찾고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며 당내에 ‘국가안보시스템 점검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 정보수집 능력 부족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의 도발 예고가 수차례 있었고 김정일 부자의 동향이 체크됐다면 서해 국지전을 예상했어야 한다”며 “첨단 위성 장비를 갖고도 이를 예상하지 못한 대북 정보 관계자들에게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군 합동참모본부의 정보를 다루는 자리에 정보(업무)와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앉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과 함께 대북 정보 수집 업무를 맡고 있는 국가정보원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공룡화된 관료집단

국방부 장관 출신인 김장수 의원은 “군은 정치, 경제를 따지지 말고 오로지 군만 쳐다보고 근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 등 군 외부의 변화에 민감하고, 인사에 목을 매는 군인이 많아지다 보니 군 전체가 관료화되고 있다는 우려였다.

국회 국방위에서 2년간 활동한 김영우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군이 ‘공룡화된 관료집단’으로 굳어져 이번 연평도 도발 같은 국지전이 벌어질 경우 적절하고 발 빠른 대응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육군 대령을 지낸 김성회 의원도 “3심제 또는 5심제로 불리는 군의 진급심사 제도를 통해 무인(武人) 기질이 있는 사람들이 자꾸 빠지면서 군이 관료화돼 버렸다”고 분석했다.

○ 편중 인사

육군 5군단장을 지낸 한기호 의원은 인사 편중 문제 때문에 야전(작전 병과) 파트가 약해져 국지전 등이 벌어질 경우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합참과 육해공군 본부에서만 진급하는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며 “군에서 우수한 인원을 야전부대로 보내고, 야전부대에서 진급을 시켜야 하는데 정보, 인사, 정책 파트 출신들이 고위직을 싹쓸이하니 누가 야전에서 근무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효재 의원은 “1992년 김영삼 정부가 군 내 사조직 하나회 숙정 작업을 벌이면서 정치군인뿐 아니라 능력 있는 군인까지 모두 쓸어내 버렸다”며 “당시 군의 탈정치화에는 성공했지만 무능한 ‘예스맨’들이 주로 남아 군을 주도하는 게 문제”라고 분석했다.

○ 비합리적 예산 집행

국회 국방위 소속 유승민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 정부가 국방개혁 예산을 제대로 집행해 왔는지 회의적”이라며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국방부가 서해 5도 안보 강화를 위한 증액안을 내놨는데 이는 ‘땜질’에 불과하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년 국방예산 전체를 장기 국방개혁 플랜에 따라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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