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포탄 터지지만 걱정말라” 마지막 통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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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인 희생자 2명 사연

“다음 달 2일이면 일을 끝내고 가족 품으로 오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가버리면 어떻게 하란 말이에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희생된 첫 민간인으로 확인된 건설인부 김치백(60), 배복철 씨(59)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외딴섬에서 성실하게 일해 온 가장들이었다.

가족들에 따르면 자녀를 출가시키고 부인(58)과 살고 있는 김 씨는 10년 전 뇌출혈로 쓰러진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갑상샘암 수술을 받아 몸이 불편했지만 다음 달 2일 이사를 앞두고 목돈이 필요하자 5개월 전부터 공사현장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김 씨는 이삿날에 맞춰 일을 그만두고 연평도에서 나와 부인과 함께 새집에서 겨울을 보내기로 했지만 끝내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김 씨의 부인은 “세 살배기 손자를 그렇게 예뻐했지만 자주 볼 수 없어 늘 아쉬워했는데,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안 돼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했는데 돈 벌러 갔다가 처참하게 저세상으로 갔다”며 오열했다.

30년 넘게 미장공으로 일해 온 배 씨도 매달 300여만 원씩 받는 월급을 한 푼도 손대지 않고 꼬박꼬박 저축하는 성실한 가장이었다.

올 7월부터 2층짜리 해병대 장교 및 부사관 숙소를 짓는 공사현장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일해 왔던 이들이 숨진 과정도 안타깝다. 23일 북한군의 포격이 시작되기 30분 전인 오후 2시경 현장소장 손모 씨(56)는 일을 마친 인부 10명을 데리고 인천으로 나가기 위해 당섬나루터로 향했다. 이때 두 사람도 손 씨 일행을 따라 나섰으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장 반장인 김 씨는 현장을 쭉 지켜왔고, 배 씨도 매일 여객선으로 출퇴근하기 힘들어 주변 여관과 식당에서 숙식을 해결해 왔다. 두 사람은 이날도 공사현장의 컨테이너 사무실에 남았다. 30여 분 뒤 나루터에서 여객선을 기다리던 손 씨는 포격으로 마을에 검은 연기가 치솟자 김 씨에게 곧바로 휴대전화를 걸어 “나루터 인근과 마을에 포탄이 터지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방공호로 대피하지 않고 컨테이너 사무실에 머물다 변을 당했다. 특히 김 씨는 오후 3시 반경 가족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통화한 뒤 연락이 끊겼다. 두 사람은 포탄을 맞아 심하게 찌그러진 컨테이너 사무실 주변에서 처참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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