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北 왜 도발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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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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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선군전략 승리 대내외 과시… 방아쇠 일찍 당긴듯”

북한이 12일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 시설을 공개한 데 이어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한 것은 미국과 남한에 대한 특유의 동시다발적 ‘벼랑 끝 전술’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잇단 도발은 임기를 2년 정도 남긴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한국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달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패한 뒤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미국 행정부 내에서는 ‘전략적 인내’ 이후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던 상황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임기 중 최대 치적으로 기록될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끝낸 뒤 임기 후반 국정운영의 기조를 검토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였다.

북한은 정확히 이 시기를 조준했다. 특히 북한이 원심분리기 시설 공개를 통해 우라늄 핵개발이라는 대외 시위(示威)를 했음에도 한미 양국이 대북 강경 자세를 누그러뜨리기는커녕 오히려 대북 제재를 강화할 태세를 보이자 밀어붙이기식 연쇄 도발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으로선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 추가적인 무력시위나 비무장지대(DMZ) 침범 등 무력 도발도 감행할 수 있다.

북한은 통상 12월에는 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조용히 ‘총화(반성하고 토론하는 일)’를 하고 새해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대외 강경조치는 그동안의 대외 유화정책을 내년 상반기쯤 위협 정책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대체적인 전망과 달리 그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외부의 전망보다 빨리 대외 공세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무엇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체제 조기 구축을 위한 조급증을 반영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해 9월 28일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외부에 얼굴을 드러낸 김정은은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정책적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군부 강경파가 충성경쟁 차원에서 대미, 대남 공세 카드를 들이밀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번 공세는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명된 것으로 알려진 지난해 초부터 계획된 것이라는 징후도 농후하다. 김 위원장은 김정은의 생일인 1월 8일 후계자 지명 교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군 총참모부는 그 직후인 1월 17일 성명을 내고 대남 군사대결 등 군사조치 3개항을 발표했고 이후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도발의 강도를 높여왔다.

이번 도발은 김정은의 등장과 함께 벼락 승진을 한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과 김영철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장, 그리고 서해 NLL 인근의 작전 수행을 책임지고 있는 김격식 인민군 4군단장 등의 합작품일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영호와 김영철 등이 9월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이 부위원장을 맡은 당 중앙군사위 요직에 포진함에 따라 대남 강경책을 펼칠 것을 우려해 왔다. 2007년 4월부터 인민군 총참모장으로 일했던 김격식은 지난해 2월 4군단장으로 부임한 뒤 김 위원장의 특명을 받고 서해 NLL 무력화 작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그가 부임할 때 “남조선에 본때를 보여줘라. 잘하고 오라”며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83년 미얀마 아웅산 묘지 폭발 사건을 진두지휘한 인물로 알려졌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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