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에 증시 '이번에는 다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3일 1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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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3일 연평도에 200여발의 포격을 가하자 주식시장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증시가 마감되기 직전에 북한의 무력도발이 이뤄진 때문에 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민간인 거주지에 무력을 행사하고 군인은 물론 주민 가운데서도 부상자가 발생한 점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증시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하면서도, 기존의 해상 충돌이나 미사일 발사 같은 무력시위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증시는 피했지만 금융시장에는 충격 반영=이날 코스피지수는 오후 들어 1920선을 하회했다가 프로그램 순매도 규모가 줄어들면서 15.40포인트(0.79%) 내린 1928.94로 마감하면서 북한 발 악재를 비켜갔다.

하지만 다른 금융시장에는 북한 무력도발의 충격이 그대로 반영됐다.

코스피200 지수 선물은 마감전 동시호가(오후 3시5분~ 3시15분) 직전에 251.30선에 머물렀지만, 동시호가 시기에 연평도 피해 소식이 전해지면서 3.30포인트 추가로 떨어져 전날보다 6.20포인트(2.44%) 급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에 전날보다 11.80원 오른 1137.50원으로 거래를 마쳤으나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는 오후 3시 50분을 전후해 원·달러 1개월물 환율이 1180원선까지 치솟았다.

장중에 보합권을 유지하던 국채 선물 역시 북한의 포격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락, 전날보다 24틱 하락한 112.05로 마감했다.

●전문가들 "이번에는 다르다"=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일제히 우려를 쏟아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일이 "기존의 미사일 발사나 해상 충돌과는 다른 양상"이라며 "전면전으로까지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지수 전체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봉 삼성증권 팀장은 "그동안 북한 관련 위험요인은 주로 체제와 관련된 것이었고, 이런식의 무력 도발은 예상하기 힘들었다"며 "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그동안 남북한간 긴장이 고조돼 왔던 상황에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정도의 심각한 도발이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북한이 김정은 후계 체제를 내세우고 우라늄 농축 문제 등으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던 상황에서 이번 일이 발생했다"며 "이전과는차원이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증시 영향, 단기적이지만 충격 불가피=전문가들은 코스피 200 지수 선물이 막바지에 급락한데서 알 수 있듯 24일 시장에는 이번 도발에 따른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지수 선물시장에서 나타난 현재의 충격이 24일 개장 때 그대로 이어진다면 30포인트 이상의 낙폭이 불가피하다"고 풀이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이론적으로 24일 개장 직후 30포인트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심리적 측면에서의 불확실성이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도발이 우리 증시를 바닥부터 뒤흔들 만한 계기로까지 부각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조심스레 제기했다.

신영증권 김 팀장은 "단기적, 심리적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고, 하나대투증권 조 팀장 역시 "이번 일은 증시가 좀 더 쉴 구실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팀장은 "우리 증시에는 평소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반영돼 있어 이번 일 때문에 그동안의 전반적인 흐름이 바뀌거나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이 조정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990년대 이후 미사일 발사 같은 북한의 도발이 이뤄졌을 때의 주가조정을 분석한 결과, 주가에 대한 영향력은 적게는 하루에서 최대 4거래일 정도에 그쳤다"며 정부의 대응 여하에 따라 투자자들이 단기 매수 기회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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