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6·25는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 발언 의미 따져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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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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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침설 지지? 남침 인정하지만 38선 북상 ‘침략’ 규정
작정한 발언? 참전 60주년 행사서 당연한 ‘립서비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발언으로 촉발된 6·25전쟁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시 부주석이 공식석상에서 6·25전쟁에 대해 “위대한 항미원조 전쟁은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말한 데 이어 28일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시 부주석은 중국 정부를 대표해 입장을 천명했다”고 밝혔다. 이 문제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학계의 6·25전쟁 연구자들은 이번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 “北의 남침 부정하는 건 아냐”

시 부주석 등의 발언은 중국이 6·25전쟁의 원인을 북한의 ‘남침(南侵)’이 아닌 한국과 미국이 계획한 ‘북침(北侵)’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상당수 우리 국민은 판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시 부주석의 발언을 신중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 부주석 등의 발언이 북한의 남침을 부인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참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명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시 부주석의 발언은 어디까지나 중국의 참전에 한정될 뿐 북한의 남침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된다”며 “중국은 6·25전쟁이 남북한 간의 내전이며, 미군과 유엔군까지 38선을 넘어 국경지역(압록강)에 진격한 것이 중국에 대한 위협 및 도발, 즉 ‘침략’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세종국가경영연구소장은 “2000년대 들어 중국 교과서들이 대부분 ‘조선 내전이 발발했고 미 제국주의가 침략했다’는 표현으로 누가 전쟁을 일으켰는지 모호하게 처리하고 있다”며 “중국과 북한의 특수관계를 감안하면 이는 중국이 사실상 북한의 남침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중 학자들 사이에 6·25 논쟁과 관련해 학술 교류가 활발하지만 북한의 남침을 부정하는 중국 측 학자는 없다”며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확대시킬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 중국의 발언은 왜 나왔을까

정병준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는 “시 부주석의 발언은 어디까지나 대내용 정치적 수사”라고 진단했다. 발언 장소가 6·25전쟁 참전 60주년 기념행사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6·25전쟁에서 중국군 사상자는 최소 20만 명으로 추정될 만큼 피해가 컸다”며 “국가지도자로서 참전 노병들 앞에서 참전의 정당성을 부정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명림 교수는 “최근 중국이 북한의 김정은 체제를 인정하며 북-중 관계를 강조하는 밑바탕엔 이명박 정부가 미국과의 동맹을 강조하는 데 대한 반발이 깔려 있는 만큼 작은 움직임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6·25전쟁에서 북-중이 맺은 특별한 관계를 공식 언급해 향후 북한 정권의 붕괴 등 돌발 상황 시 미국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명분 쌓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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