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중 혈맹관계 발언’ 주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6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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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주석 '6.25참전' 언급에 "남침은 史實" 대응
외교 소식통 "도를 넘어선 북한 편들기" 지적도

정부는 최근 중국 정부의 최고위층 인사들이 잇따라 북-중 '혈맹관계'를 강조한 발언을 내놓고 있는데 대해 예민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겉으로는 공식적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심 불쾌감 속에서 발언의 배경과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궈보슝(郭伯雄)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은 24일 평양에서 열린 6·25 전쟁 60주년 기념행사에서 "북-중 관계가 피로 맺어졌다"고 강조한데 이어, 중국의 차기 최고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은 25일 베이징에서 열린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 60주년 기념식에서 6·25 전쟁을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고 규정하고 "양국 인민은 시종 중-조 양국 인민과 군대가 흘린 피로서 맺어진 위대한 우정을 잊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 최고지도층에서 심상치 않은 '혈맹관계' 복원 발언이 잇따르자 정부 안팎에서는 비판적인 시각들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시 부주석의 6·25 전쟁 발언이 북한의 남침을 부정하는 듯한 언급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26일 "시 부주석은 2012년부터 중국을 이끌어갈 최고 실력자인데, 외교적으로 한국 정부를 상당히 무시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북한 편들기라는 측면도 도가 지나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그동안 중국이 남-북 사이에서 균형적 입장을 취해왔는데, 이 발언은 적과 아군을 확실히 구분하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부 당국자들은 중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내심 불쾌한 기색이 읽혀지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중국으로선 자신들의 6.25전쟁 참전 사실을 강조하려는 의도를 가질 수 있다"면서 "다만 최근에 특별한 계기가 많이 마련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발언들이 많이 나오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6·25전쟁 참전 60주년'과 '노동당 창건 65주년' 등 올해가 북-중이 관행적으로 중시하는 소위 '꺾어지는 해'(숫자의 끝자리가 '0'이나 '5'인 해)이기 때문에 성대한 기념행사가 개최됐다는 해석이다.

그는 이어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며 "말보다는 행동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통상부가 이날 언론사의 질의에 대한 대응자료를 통해 "한국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는 시 부주석의 발언이 북한의 6·25 남침을 부정하는 듯한 언급으로 해석되고 있는데 대해 정부 차원의 대응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교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 정부는 중국이 UN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국가로서 향후 중-북 관계가 북한의 개혁·개방 및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에 대해 '책임있는 국가'로서의 역할을 주문하며 전통적 혈맹에 기초한 북-중관계의 밀착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녹아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우리 입장에서는 씁쓸할 수 있으나 중국 시각에서는 다를 수 있다"며 "한-중 관계를 고려할 때 그 발언을 확대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올해 8월 김 위원장의 방중 이후 9월 최태복 중앙위원회 비서의 방중, 11일 저우융캉(周永康)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의 방북 등 북-중 정상회담의 부수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며 "북-중간 혈맹관계는 복원을 뛰어넘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터넷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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