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 ‘칼끝’ 어디로]‘다음 타깃’ 3, 4개사 실명 나돌아 재계 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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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경비는 상시대기조, 법무팀은 5분대기조”
거명 기업들 전전긍긍 “G20앞두고 경영위축” 우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1일 C&그룹을 전격 압수수색하자 재계는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화, 태광에 이어 C&그룹까지 검찰 수사가 동시다발로 진행되자 대기업들이 사정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광복절을 전후해 재계에 퍼졌던 ‘대기업 사정설’을 떠올리면서 “우려가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를 통해 ‘공정사회’를 화두로 던지자 재계에선 검찰이 ‘대기업 손보기’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공정사회가 기업 사정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고 진화하면서 이런 우려는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휴지기에 들어갔던 대검 중수부가 1년 4개월 만에 수사를 재개하자 대대적인 기업 사정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벌써 검찰의 다음 수사 대상이라는 3, 4개 기업의 실명까지 거론되고 있다.

다음 검찰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는 동시에 검찰의 동향을 파악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실제로 검찰 수사가 시작됐을 때에 대비해 내부 단속에 들어갔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한 기업 관계자는 “요즘 정문 경비는 상시 대기조, 법무팀 직원은 5분 대기조라는 ‘진지한 농담’이 오갈 정도”라고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향후 검찰 수사방향 등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요즘 재계에는 ‘3W’라는 말도 등장했다. 본격적인 사정의 시점이 언제일지(When), 어떤 기업이 대상일지(Who), 기업의 어떤 비리(What)가 수사 대상인지가 최대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특히 사정 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국가적 행사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비즈니스 서밋을 3주 정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서밋에 참여하는 국내 대기업 총수도 15명이나 되는 상황에서 해당 그룹이 사정 대상이 되면 다른 때보다 훨씬 타격이 커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 아직도 검찰 수사 방향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 재계의 고민.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 정권에서 했던 대선자금 수사의 경우 ‘걸릴 것’이 예견되기 때문에 오히려 대응 방안을 짜기가 수월했다. 하지만 지금은 검찰이 정확히 어떤 비리를 캐고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대기업 수사로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전무는 “원자재가 상승과 원화 강세 등으로 경제가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수사가 길어지고 수사 대상 기업이 확대되면 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진실은 밝히되 경제에 미칠 충격이 최소화되도록 신중을 기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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