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상봉 명단 100명씩 교환… 재회앞둔 기막힌 사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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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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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속 아들을 60년만에 보게될줄이야”
30일, 내달 3일 나눠 상봉… 南최고령 97세 김부랑 씨

“내 이름 있어요?” 다음 달 3∼5일 금강산에서 열릴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참가 신청서를 냈던 황보대록 옹(91)이 20일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를 찾아 상봉자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 평남 평양이 고향인 황보 옹은 한적이 신청자 가운데 추첨을 통해 추린 뒤 이날 북측에 전달한 상봉자 100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내 이름 있어요?” 다음 달 3∼5일 금강산에서 열릴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참가 신청서를 냈던 황보대록 옹(91)이 20일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를 찾아 상봉자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 평남 평양이 고향인 황보 옹은 한적이 신청자 가운데 추첨을 통해 추린 뒤 이날 북측에 전달한 상봉자 100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배 속에 있던 아들이 60년 만에 나를 찾는다니 정말 좋아서 잠이 안 와. 아이들을 만나면 어머니는 언제 돌아가셨는지, 먼저 간 아내와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볼 것이 너무 많아.”

이산가족 남측 상봉단으로 다음 달 3∼5일 금강산에 가 북측에 있는 아들(60)을 만날 김재명 씨(91·부산 해운대구 중동)는 20일 북에 두고 온 어머니와 자식들을 추모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씨는 1951년 1·4후퇴 때 고향인 함경남도 풍산군 마을 청년들과 함께 “하루만 피신해 있다가 집으로 오겠다”며 집을 나섰다가 가족들과 생이별을 했다. 그는 당시 두고 온 어머니와 여동생 2명, 임신 중인 아내와 2남 1녀 가운데 지금까지 살아있는 막내딸과 복중(腹中)에 있던 아들을 이번에 만나게 됐다.

장남 김광운 씨(64)와 손자를 만나기로 한 한신옥 씨(90·여·경기 의정부시)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딸 노안나 씨(54)는 “어머니는 평소 맏아들만 생각하면 자꾸 울음이 나와 아들 생각이 나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하셨다”며 “이젠 마음껏 울기도 하신다”고 전했다. 노 씨는 “어머니는 체중이 30kg밖에 안 나가지만 언젠가는 아들을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평소 기체조와 등산 등을 통해 열심히 건강을 유지해 오셨다”고 말했다.

평안남도에서 남편과 양복점을 운영하던 한 씨 부부는 6·25전쟁이 터지자 두 아들과 함께 피란길에 올랐다. 황해도 근처에서 장남의 손을 잡은 남편과 차남을 업은 한 씨가 길을 잃으면서 헤어지게 됐다. 남편은 한동안 아내를 찾아 헤매다 다시 고향으로 발길을 돌렸고 10여 년 전 건강이 나빠져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 사는 한자옥 씨(83)도 전쟁 당시 부인 박모 씨(80)의 배 속에 있던 딸(59) 부부를 만날 수 있게 됐다. 한 씨는 충북 영동 부근에서 국군에 생포돼 남측 생활을 시작했고 전쟁이 끝난 뒤 새 가정을 꾸렸다. 박 씨는 한 씨와의 상봉을 거절했다. 한 씨는 “자기는 나를 기다렸는데 나는 새장가를 간 것이 못마땅했는지 알 수 없지만 섭섭하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딸에게 물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북 측은 이날 100명씩의 이산가족 상봉단 명단을 교환했다. 남측 최고령자는 김부랑 씨(97·여)로 북에 두고 온 딸과 외손자를 만난다. 남측 상봉단은 모두 70세 이상으로 80대가 52명으로 가장 많고 90세 이상은 21명이다. 남자가 73명, 여자는 27명이다. 북측 상봉단 100명은 남측 상봉단에 앞서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남측 가족들을 만난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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