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개헌-4대강 빅딜설에 진노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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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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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점 달궈지는 개헌 이슈

여권 내부에 난데없이 ‘개헌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여권 일부 세력이 강력하게 개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반면 청와대 참모들은 “지금 개헌 논의를 할 때냐”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당청, 당내 계파 간 의견이 갈라져 혼선을 빚고 있다.

▶본보 14일자 A1·8면 참조
“대통령 해보니 권력 너무 집중”… MB, 개헌론 힘 실었다


○ 이 대통령, 4대강 사업 ‘빅딜’ 포함에 진노

이명박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대로 정치 선진화 차원에서 개헌이 필요하다는 태도를 갖고 있지만 구체적인 개헌 방향이나 로드맵을 제시한 적은 없다.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와 일자리 창출 등 국정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라 현 시점에서 개헌 이슈는 주된 관심 사항이 되기 힘들다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공통적인 전언이다. 이 대통령은 나아가 한나라당 원내대표단이 핵심 국정과제인 4대강 사업을 정치적으로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개헌 문제와 연계한 것이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의중을 잘못 읽고 4대강 사업을 개헌과 연관지은 것은 이 대통령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상대로 제안한 ‘빅딜’ 대상에 국회 개헌특위 구성과 민주당이 요구하는 국회 4대강사업검증특위 구성이 포함됐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강하게 질타했다는 전언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14일 “앞으로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개헌 문제를 갖고 4대강 사업을 위험에 빠뜨리는 빅딜을 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빅딜은 당정청 수뇌부 간에 조율된 방침이 아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한나라당이 연말까지 이어질 정기국회 동안 개헌 문제보다는 4대강 사업 예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자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감사원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도중 감사원 기자실을 방문해 “개헌특위와 4대강 사업의 빅딜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 정무-특임 노선 갈등?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의 정무라인은 개헌 이슈까지 다룰 여력이 없는 데다 개헌의 실현 가능성 자체에도 의구심을 갖고 있다. 집권 후반기에 개헌 추진의 동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고 자칫 정쟁이 장기화할 경우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설사 개헌을 추진하더라도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판단도 하고 있다. 특히 G20 정상회의와 남북관계 개선 등 굵직한 현안을 앞둔 상황에서 개헌 문제가 불거져 ‘블랙홀’처럼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가 이날 “청와대 내에서 개헌 문제는 전혀 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청와대나 대통령은 개헌의 방향성에 대해 공적 사적인 자리에서 어떤 말도 한 적이 없다”며 “청와대가 나서서 주도할 생각은 더더욱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특임장관은 최근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개헌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대통령이 평소 권력 분산의 개헌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개헌 이슈화에 나서야 한다는 복안이다. 민주당에 개헌-4대강 특위의 빅딜을 제안한 한나라당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장관의 핵심 측근 중 한 명이다.

○ 여당 내 개헌 갈등 점화

친박계인 한나라당 서병수 최고위원은 1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 같은 중요한 정책을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를 거치지 않고 자의적 판단으로 빅딜을 한다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며 “헌법을 흥정과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민주당과의 협상 논의에서 친박(친박근혜)계가 배제된 것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복잡한 심경이 깔린 듯하다. 개헌 논의가 박 전 대표의 대권 행보를 견제하는 카드라는 우려를 하면서도 개헌 논의 자체를 거부하기 어려운 고민인 듯하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미국 스탠퍼드대 초청 강연에서 4년 중임제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에 “개헌 문제는 오래전부터 의원들을 상대로 한 각종 조사와 의총에서 거론됐다. 그때마다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권력 집중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절대 우위에 있었다는 점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친박계의 의견에 개의치 않고 야당과의 개헌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 여권 내 회의론 만만찮아

친이계 소장파인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기본적으로 국민이 개헌에 관심이 없고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도 “지금 개헌을 얘기해봤자 국민들은 ‘그들만의 리그’로 받아들일 것이다. 결국 공허한 논의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개헌 문제에 대해 청와대가 자체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대가 찬성보다 10%포인트가량 높게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내에는 “개헌을 추진할 만한 동력이 부족하다. 여야 모두 각 당의 내부 사정이 복잡해 개헌 단일안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전망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민주당의 경우 박지원 원내대표를 제외한 당 지도부 다수가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G20 정상회의가 끝난 뒤 올 하반기에 청와대와 한나라당 지도부가 교감을 갖고 야당 지도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개헌 논의의 불씨를 댕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위크 뷰 : 국정감사 돌입…‘4대강-복지예산’ 격돌
▲2010년 10월4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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