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석단에 오른 김정은]軍2인자 선임 13일만에 열병… ‘후계’ 대미장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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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노동당 창건 65주년 행사…열병식 108분 이례적 생중계

북한은 10일 노동당 창건 65주년 행사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 후계 공식화 작업의 대미를 장식했다. 해외 취재진까지 초청해 김정은을 과감히 노출시킴으로써 차기 지도자로 김정은을 부각시키고 권력 승계의 정당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대규모 열병식으로 자부심 고취 노려

조선중앙TV 등 북한 방송들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 18분까지 1시간 48분 동안 열병식 장면을 생중계했다. 중계 아나운서는 ‘김일성 김정일 동지의 당’ ‘김일성 김정일 조선’ 등 김일성 김정일을 칭송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김 위원장과 김정은은 부대가 지나갈 때마다 거수경례를 하거나 박수를 쳤고 김 위원장은 힘에 부치는지 가끔 주석단의 난간을 붙잡기도 했다. 김정은이 바로 옆에 있는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에게 뭔가를 물어보자 김영춘이 김정은 쪽으로 몸을 돌려 공손하게 설명하는 장면이 잡히기도 했다.

이날 열병식에는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종대(부대)를 선두로 육해공군 부대, 조선인민내무군이 뒤를 따랐으며 미사일 탑재 차량과 탱크 등을 앞세운 기계화 종대의 열병으로 절정에 달했다. 이런 모습을 생중계함으로써 군과 주민들의 자부심을 높이고 정권에 대한 지지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영호 군 총참모장은 “미 제국주의자들과 추종세력들이 우리의 자주권과 존엄을 조금이라도 건드린다면 자위적 핵 억제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위협하는 발언을 했다.

조선중앙TV 등은 이날 오후 7시 20분부터 8시 25분까지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불꽃놀이 등 경축 야회(夜會)도 생중계했으며, 김정은이 김 위원장 등과 함께 주석단에 앉은 모습을 내보냈다. 한편 국방위원회와 당 중앙위원회, 중앙군사위, 내각 등 권력기관들은 이날 김 위원장에게 제출한 당 창건 65주년 공동 축하문에서 “군사 중시, 국방 중시를 국사 중 제일 국사로 삼겠다”며 선군체제를 이어나갈 것임을 다짐했다.

○ “후계자 김정은의 지위 대내외에 과시”

이날 열병식에서 김정은은 당당히 주석단에 올라 군부대를 열병함으로써 김 위원장의 후계자이자 군의 2인자라는 점을 만천하에 보여줬다. 지난달 28일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임된 지 불과 12일 만이다. 김 위원장은 1974년 2월 후계자로 내정되고 6년 뒤인 1980년 10월 제6차 당 대회에서 공식 후계자로 지명되면서 주석단에 올랐었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당 대표자회에 참석한 사진과 동영상을 지난달 30일 공개한 데 이어 이달 5일 김 위원장과 함께한 인민군 제851군부대 협동훈련 참관, 7일 은하수 ‘10월 음악회’ 관람 사실을 보도했다. 이어 9일과 10일에는 당 창건 기념일과 관련한 김정은의 동선을 그대로 공개했으며 외신 기자들까지 초청했다.

또 10일 조선중앙통신은 이례적으로 김정은의 클로즈업된 사진을 공개했다. 그동안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얼굴을 절대 클로즈업해 보도하지 않는 게 관행이었다. 최고지도자의 얼굴에 대한 정보를 알리지 않으려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이날 후계자의 클로즈업 사진을 공개한 것은 그만큼 권력 승계에 자신감을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행사에 앞서 10일 0시경 김 위원장과 김정은이 금수산기념궁전을 함께 참배한 것은 김일성 주석 앞에서 정식으로 3대 세습을 신고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이날 열병식에서 이영호가 “주체혁명 위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완성해 나가려는 우리 군대와 인민”이라고 말한 것도 권력 세습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당 창건 기념행사는 후계자 김정은의 지위를 대내외에 과시한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는 당, 정, 군의 충성심을 유도하고 주민들의 결속을 이끄는 의도가 담겨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김정은이 후계자 지위를 갖고 적극적인 대외 활동을 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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