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논의할수도” 말은 했지만… 여야, 계파별 셈법 제각각

동아일보 입력 2010-09-03 03:00수정 2010-09-03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일 개헌 논의를 시사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의 발언은 개헌 논의를 촉발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여야 협상에 앞서 여야 모두 집안 내 교통정리가 시급해 보인다.

○ 여권, 권력 형태 놓고 갈등

당장 개헌 의결정족수(재적의원의 3분의 2인 200석)에 가까운 의석수를 확보한 한나라당만 해도 주류인 친이(친이명박)계와 2012년 차기 대권을 노리는 친박(친박근혜)계의 생각에 큰 차이가 있다.

친이계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있다. 대통령은 외교와 안보 등 외치(外治)를, 국무총리는 내치(內治)를 맡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자는 것이다. 여권 주류 진영은 이 같은 개헌안과 중·대선거구제 등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지역 간 의원독식 구조를 깨는 정치지형의 대대적 변화를 한 묶음으로 놓고 여야 간 협상을 벌인다는 전략이다.

주요기사
한 친이계 의원은 2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중·대선거구제는 현역의원에게 유리해 야당에서도 받지 않을 이유가 없고, 승자 독식 구조를 깨자는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국민여론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내년엔 바로 총선과 대선국면으로 접어들어 사실상 개헌은 물 건너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박계는 ‘개헌 카드’가 박 전 대표에 대한 견제용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지난달 31일 열린 의원 연찬회의 자유토론 시간에 “개헌 얘기가 왜 자꾸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 전 대표가 평소 피력해온 대통령 4년 중임제도 분권형 대통령제와는 거리가 있다.

친이 진영의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개헌 논의 자체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 야권의 속사정도 복잡

민주당의 속사정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인 박지원 원내대표는 1일 “정략적 개헌이 아니라면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개헌 논의에 응하겠다”고 개헌 논의의 물꼬를 텄지만 10·3전당대회를 앞둔 당권주자들의 생각은 다른 듯하다.

손학규 고문은 지난달 30일 부산지역 기자간담회에서 “개헌은 차기 대권주자가 입장을 밝히고 여론을 수렴한 뒤 차기 정부에서 장기적 안목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의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태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정동영 고문도 “지금 개헌은 국민적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지역구도 탈피가 목적이라면 선거구제 개편부터 하자”며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동시에 추진하려는 여권 주류와 선을 그었다. 정세균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 “(개헌과 관련해) 한나라당 내부의 당론이 만들어지면 논의 자체엔 응할 수 있다”고 조건부 논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