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해외비자금 핵심인물-기업 내일 공개… 김정일 급소 찌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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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의 고위 당국자는 최근 “미국의 주도로 이뤄지는 북한에 대한 제재의 핵심은 북한의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고쳐 놓겠다는 의지”라며 “대화가 재개된다고 중단되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천안함 폭침사태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조치와는 별도로 발표되는 미국의 추가 대북 금융제재 조치 관련 행정명령이 근본적으로는 북한의 통치자금을 겨냥하는 것도 이 같은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

1990년대 초반부터 북한을 다뤄온 노련한 전문가 로버트 아인혼 북한·이란 제재 조정관이 이끄는 북한제재 전담팀은 북한이 가장 아파할 급소를 찾는 작업을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에서는 ‘북한제재의 전범’으로 불리는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제재를 담당했던 재무부의 스튜어트 레비 테러·금융정보 차관과 대니얼 글레이저 부차관보 콤비도 건재하다.

이번 대북금융제재 행정명령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해외비자금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핵심인물과 기관들의 명단이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2차 핵실험 직후 채택된 안보리 결의 1874호에 따른 제재대상이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핵심기업과 인사였던 것에 비해 범위가 넓어지는 것. 재래식 무기와 사치품 구입은 물론 마약 및 위조지폐 거래 등 불법행위를 하는 사람이나 단체들을 공개해 통치자금의 씨를 말리겠다는 각오다.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헤로인 히로뽕 등의 수출로 연간 1억∼2억 달러, 가짜담배로 1억∼1억60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슈퍼노트 등 위조지폐로도 1500만∼2000만 달러를 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의 연간 무기 수출규모가 2억 달러 정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작지 않은 규모다.

한 외교소식통은 “BDA은행 제재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한마디로 포괄적인 ‘부수적 피해’를 입히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몇 가지 주요한 금융거래에 지장을 줘 사실상 국제사회에서 아무런 경제활동을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미국의 대북제재가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피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이 발표하는 행정명령인 만큼 일단 제재의 대상은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된다. 1950년 6·25전쟁 이후 60년 동안 사실상의 전쟁상태를 유지해 오고 있는 북한이 미국과 진행하는 거래가 전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금융제재가 어떤 추가적인 효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북한에 대한 제재가 90% 이상 시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실효성 있는 새로운 제재를 얼마나 부과할 수 있을 것인가를 의문으로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현재 미국이 하고자 하는 것은 북한에 대해 포괄적으로 진행되는 제재에 더해 추가로 할 수 있는 2∼3%를 찾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폭침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국면에서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인상을 보였던 중국의 미온적인 반응도 걸림돌이다.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어차피 공식무역이 아니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원조무역을 전담하다시피하고 있는 중국이 고삐를 단단히 쥐지 않는다면 대북제재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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