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즈만 데려올까, 깜짝보따리 들고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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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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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터 16년만에 특사 방북

방북 길에 오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에게 또다시 세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 개인으로는 1994년 6월 이후 16년 2개월 만의 미국 대통령 특사 자격의 방북이다. 1994년 당시 상황이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이용해 핵 재처리를 강행했고 미국은 이른바 ‘정밀타격’ 등 군사작전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처럼 현재의 상황도 북한과 한 치도 물러섬이 없는 대결 국면이다. 차이점이라면 16년 전 그의 임무가 한반도 핵위기 타개책 모색이라는 좀 더 광범위한 미션이었던 것에 반해 이번에는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를 무사히 데려오는 단순한 일이다.

그의 두 번째 특사 방북이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는 미지수다. 1차 특사 방북이 1994년 제네바 합의 및 남북 정상회담(김일성 주석의 급작스러운 사망으로 무산) 개최 발표로 이어질 것으로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것처럼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보따리가 무엇이 될지 예단하기는 이르다.

지난해 8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이어 임기 중 두 번째로 전직 대통령을 북한에 특사로 보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북 역시 억류된 미국 시민을 데려오기 위한 인도주의적 목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클린턴 전 대통령은 1박 2일 일정의 평양 체류 기간 임무를 여기자 석방으로 국한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및 기념사진 촬영 때도 무표정한 얼굴로 감정 표출을 자제했다.

미국 정부는 카터 전 대통령의 이번 방북 역시 곰즈 씨 석방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를 희망하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의 부인과 딸이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정부 관리는 단 한 명도 따라가지 않는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이번 방북이 천안함 사태 이후 이어지고 있는 대북 제재 기조를 바꾸는 것은 아니며 이달 말 발표될 대북 금융제재 리스트 발표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면서 재임 시절보다 퇴임 후 활동이 더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카터 대통령이 개인플레이를 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북한에 대한 제재 일변도의 정책은 위험한 것이라며 직접대화론을 주창해 온 카터 전 대통령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 및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뜻밖의 결단을 내리기를 좋아하는 김 위원장과의 면담도 그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대북특사로 활동했던 찰스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그가 곰즈 씨 석방 문제만을 다루고 올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도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대로만 하고 오지는 않을 것이며 뭔가를 한번 해보려 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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