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 ‘사죄담화’에 관련단체들 실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0일 11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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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에 따른 보상·위안부 언급 없어”
조선왕실의궤 등 반환에도 “당연한 일일 뿐”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10일 한국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식민지 지배와 관련,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하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으나 국내 관련 단체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사죄에 따른 보상'과 종군위안부 문제 등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또 일본 정부가 조선왕실의궤 등 한반도에서 유래한 도서에 대한 반환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이국언 사무국장은 "일본이 한일병합 100년이라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의 의미를 간과한 담화"라며 "(과거보다) 진일보한 담화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이 좋은 시기를 스스로 놓쳤다. 일제 피해자의 보상 문제, 반인권적인 위안부에 대한 언급도 없는 언어적 수사에 그친 게 아쉽다. 전체 맥락에서 보면 한국과 일본 간 불신과 장벽을 깨기에는 함량미달이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ㆍ거제 시민모임'의 송도자 대표는 "핵심이랄 수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 문제가 빠졌다"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문구는 1995년 무라야마 담화에서부터 계속 반복되던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양순임 회장도 "기대에 못 미치는 담화 내용이다. 일본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말 뿐인 `통절한 반성'도 믿지 못하겠다.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일본의 문화제 반환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법이 바뀌어 이제는 일본이 아무리 보유하고 싶어도 국제법 위반으로 가질 수 없다. 일본은 한국에서 가져간 문화제를 전면 반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제 해방 직후 시베리아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한 '시베리아 억류 조선인' 이재섭 옹(85)도 일본이 사할린 잔류 한국인과 시베리아 억류 조선인 등 한국인 전쟁 피해자에 대한 보상 문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은 점에 실망했다. 그는 "사실 일본 총리가 보상하겠다고 해도 야당인 자민당 등이 반대해 실질적 지원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래도 일본이 노력하고 있다는 적극적 표현을 해줬으면 했다"라고 아쉬워했다.

강주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처장 역시 "식민지하에서 고통받은 피해자 문제에 대한 명확한 견해를 밝히지 않고 사과만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고 "과거사를 진실로 매듭짓고자 한다면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입법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1940년대 강제 징용된 장병기 씨(86)와 김옥동 씨(94)도 "일본은 사과만 하지 말고 남아 있는 사람들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안을 제시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담화 발표 시기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사죄 담화문은 15일이나 병합조약 체결일인22일 등 역사적인 날 발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에 앞서 담화문 내놓은 것은 종전기념일인 15일을 한국을 배제한 자신들만의 행사로 만들고 국치일은 아예 무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아 무라야마 담화보다 진일보한 내용을 담겠다고 했다가 결국은 그보다 나아진 것이 없는 수준"이라며 "올해 한일 지식인들이 과거 병합조약이 원천 불법ㆍ무효라고 했는데 그 요구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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