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통치’ 끝장낼 돈줄 차단 경고 속 비핵화 당근 ‘강한 인센티브’ 언급 눈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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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A제재보다 파괴력 클 것”

“BDA는 제재가 아니었다. BDA는 북한의 불법 활동이 미국 금융시스템에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을 뿐이었다.”

2005년 9월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자금을 동결하는 제재를 주도했던 대니얼 글레이저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는 2일 BDA 제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당시 북한에서 ‘피가 얼어붙는 고통’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던 BDA 제재에 대한 이 같은 설명은 앞으로 본격화될 새로운 포괄적 대북 금융제재 조치가 북한에 미칠 엄청난 파괴력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대북제재팀이 이날 밝힌 새로운 대북 금융제재 구상은 특히 북한의 지도부를 겨냥한 ‘맞춤형 제재’로서 당장 북한의 거센 반발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1차로 미국이 북한 제재를 위한 블랙리스트를 공개할 때 과격한 반응을 나타낼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도 이번 조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구체적으로 가늠하지 못할 것이어서 당분간 사태 추이를 관망하는 모습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이번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가 북한에 미칠 영향을 예상하기란 쉽지 않다. 이번 금융제재가 본격 가동돼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3국 금융기관의 협조 등 다른 요인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제재가 사치품과 관련된 불법 차명계좌까지 제재 대상으로 하고 있는 데다 북한 외교관의 면책특권 악용 방지까지 염두에 둔 만큼 북한 지도부에 미칠 효과는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벤츠 자동차 등 사치품을 당·군·정 고위 간부에게 선물하면서 통치권을 유지해 온 북한 지도부의 돈줄을 완전히 말려버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관건은 북한 지도부 압박을 목표로 한 이번 금융제재가 과연 북한 당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조치가 단기적인 북한의 태도 변화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 1874호에 따른 강력한 대북제재를 받으면서도 북핵 6자회담 등 대화를 거부한 채 국제사회의 압력에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돈줄이 말라가는 상황에서 북한이 결국은 태도를 바꾸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미국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인혼 조정관이 이날 ‘강한 인센티브(strong incentive)’를 언급하며 일종의 퇴로를 언급한 것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는 북한에 ‘비핵화’라는 새로운 탈출구를 활용하라는 간접적인 암시로 풀이된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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