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수사착수]의혹 못풀어준 총리실… 檢, 특별수사팀 꾸려 ‘속전속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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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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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밝혀야 할 의문

해명① 국민銀=국책기관 오해
은행 하청업체 대표인데 두달간 ‘공직자’ 간주한셈

해명② 익명 제보로 내사
단순 제보에 무리한 사찰? 직무범위 넘어섰을 가능성

해명③ 총리실장에 구두보고
당시실장 “보고받은적 없다”
다른 연결고리 밝혀내야

조원동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오른쪽)이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브리핑실에서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조원동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오른쪽)이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브리핑실에서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국무총리실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 사실관계만 서둘러 파악한 뒤 수사 의뢰를 하자마자 검찰은 즉각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 등 핵심 관련자 2명을 전격 출국금지하는 등 속전속결로 수사에 나서고 있다. 대검찰청은 5일 이례적으로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철저히 수사하고 엄정히 처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사안을 ‘있는 그대로’ 파헤치되 사실과 다른 의혹이 확산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가급적 빠른 속도로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풀리지 않은 민간인 사찰 경위

이 지원관은 2008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는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린 당시 국민은행 하청회사 대표 김종익 씨에 대한 내사에 착수해 같은 해 11월 이 사건을 서울 동작경찰서로 넘겼다. 이 지원관은 총리실 조사에서 김 씨가 민간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두 달이 지난 뒤였다고 줄곧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기관 종사자가 대통령을 비방하는 동영상을 올렸다”는 제보를 그대로 믿고 내사를 시작했으며 당시에는 국민은행을 국책기관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총리실 조사에서 밝혀진 것은 이런 행위가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의 성실의무 및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것뿐이고 이 지원관의 주장이 사실인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김 씨가 민간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 지원관이 내사를 한 것인지, 아니면 내사 과정에서 민간인으로 파악된 것인지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김 씨가 민간인이라는 점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국민은행 하청업체 대표가 공직자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는 데 두 달이나 걸렸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다. 조원동 국무총리실 사무차장도 “조금만 제대로 했으면 알았을 것인데 그렇게 못했다”며 이 지원관의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내사 시작의 단초가 ‘익명의 제보’였다는 이 지원관의 해명도 신빙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한 제보 사건에 대해 민간인 내사라는 무리수를 두고 경찰에 수사 의뢰까지 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나중에 민간인이라는 점을 알게 된 뒤에도 이 사건을 마무리하지 않고 경찰에 넘긴 것이 업무 범위에 속하는지에 대해서도 검찰의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 차장은 “대통령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한 조치까지도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 이견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 보고·지휘라인도 오리무중

결국 이 사건의 핵심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누가 실제로 지휘하고 보고를 받았는지에 달려 있다. 이 사건의 최종 책임자가 누구인지와 직결되는 문제다. 하지만 아직까지 누구도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보고를 받았다는 사람이 없다.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사무차장 및 국무총리실장의 지시를 받고 보고하도록 돼 있었다. 이 지원관은 총리실 조사에서 “당시 국무총리실장과 사무차장에게 이 사건을 구두 보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조중표 당시 국무총리실장은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떤 형태로든 이 사건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며 “이 사건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2008년 10월 김영철 당시 사무차장이 작고한 뒤 사무차장을 맡았다가 지난해 1월 승진한 권태신 현 국무총리실장도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이 사건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청와대의 비선조직처럼 운용돼 왔다는 의혹은 풀리지 않았다. 민주당 신건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 지원관이 이영호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에게 모든 활동내용을 보고해 온 사실을 복수의 관계자를 통해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조 차장은 “누가 지휘했는지를 따지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이 문제에 대해 공직윤리지원관실 관계자 각각의 진술은 받았지만 검찰이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 사찰 결과를 공식 보고라인이 아닌 청와대 참모진에 보고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총리실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청와대로 수사의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야당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하고 있는 이 지원관과 경북 영일, 포항 출신 공무원 모임인 ‘영포목우회’의 관계에 대해 조 차장은 “총리실 조사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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