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국민의 선택]교육감 선거, 진보 지지층 결집… 무상급식 공약 파괴력 확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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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 후보들 선전 배경은

갈라진 보수 ‘자중지란’… 16곳 중 1곳도 단일화 못해
전교조 지지세력 ‘똘똘’… 첫 ‘전교조 출신 교육감’ 유력
정부 교육정책 불만 표출… “경쟁강화 교육 공감 못얻어”


2일 치러진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 후보들은 보수 후보의 난립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진보 진영 시민·사회단체들은 16개 시도에서 단일 후보를 내세운 반면 보수 진영은 전국 모든 지역에서 단일화에 실패했다.

보수 진보 진영 모두 단일화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으나 진보 진영은 시민사회계 원로들이 나서 단일화를 이끌어 냈다. 이에 반해 보수 진영 후보들은 단일화를 위한 경선을 거부하고 보수 성향 후보끼리 상호 비방하는 등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였다. 실제 서울지역의 경우 10% 이상의 득표율을 보인 보수 성향 후보가 세 명이나 나오며 보수 성향의 표가 분산됐다. 교육감 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진보 진영에서 더 거셌다는 것이 교육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서울의 경우 보수 성향의 이원희 후보와 진보 성향의 곽노현 후보가 막판까지 초접전 양상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진보 성향 후보의 이 같은 강세는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전문가들은 선거 막판 진보 성향 지지자의 결집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과)는 “전교조 교사 대규모 파면·해임 등 정부의 강경 대응이 오히려 진보 지지층이 결집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간부 출신 후보가 ‘전교조 출신 첫 교육감’으로 당선이 점쳐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지금까지 전교조 출신 교육감은 없었다.

수도권 진보 후보들의 약진에는 지금까지 ‘유일한 진보 교육감’이었던 경기도 김상곤 후보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연대가 큰 힘이 됐다. 전교조 인천지부장 출신인 인천의 이청연 후보의 경우 투표용지 게재 순서도 4번째이고 인지도도 낮아 여론조사에서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수도권 교육혁신벨트’ 선언 이후 지지율이 급등했다.

진보 성향 후보들이 내세운 무상급식 공약이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은 데 반해 보수 성향 후보들은 이렇다 할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도 진보 강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보수 성향 후보들은 무상급식에 맞서기 위해 ‘사교육비 감축’ ‘무상보육’ 등의 공약을 내세웠지만 야권 시도지사 후보들까지 합세한 무상급식 공약에 비해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보수 성향 후보들도 ‘단계적 무상급식 실시’ 공약을 제시했지만 진보 성향 후보들은 “전면 실시와 단계적 실시는 완전히 다르다”며 선을 긋는 전략으로 응수했다. 또 보수 성향 후보들이 내세운 ‘부적격 교원 퇴출’ 공약은 교육감 선거에서 영향력이 큰 교사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반감이 진보 성향 후보의 강세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현 정부의 교육정책 만족도가 낮은 상황에서 이번 교육감 선거는 정부에 대한 심판론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홍인기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운영위원장은 “학교 간 경쟁을 강화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이 유권자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블로그 등 인터넷 홍보에 집중한 진보 진영의 선거 전략도 보수 진영을 따돌리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대표는 “정부 비판에 익숙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진보 성향 후보를 자발적으로 홍보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인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후보 측 관계자는 “원래 여론조사에서 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보수를 찍겠다는 응답보다 2배 정도 많았다”며 “진보를 찍겠다고 마음은 먹고 있었지만 누가 진보 후보인지 잘 모르던 부동층 유권자들이 선거 당일 대거 움직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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