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차하면…” 개성공단 철수 일단 ‘준비태세’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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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부, 입주기업協에 상주인력 최소화 요청 의미

먼저 철수할 순 없고…
마지막 남은 ‘남북 접촉지역’
파국 책임 뒤집어쓸까 신중

北 일방폐쇄에 대비
통행 차단땐 상주직원 볼모
정부, 상황대책반 꾸려 주시


남북한이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유일한 ‘남북한 주민 접촉지역’으로 남은 개성공단의 운명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 모두 내심 개성공단이 유지되길 바라고 있지만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드러나고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어서 최악의 상황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가 21일 개성공단 입주기업협의회에 개성공단 상주인력을 최소화해 달라고 비밀리에 요청한 것은 오랜 고민 끝에 나온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당국자들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정부 대응조치가 발표되면 북한이 지난해 3월처럼 육로 통행을 차단해 기업인들을 사실상 억류할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그러나 정부가 먼저 개성공단 인력의 철수 명령을 내릴 경우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의 책임을 뒤집어쓰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남북 간 긴박한 상황을 기업들에 알리고 기업 스스로 상주인원을 줄이도록 유도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 내일 정부 발표 내용에 포함될 것이다”라고만 말했다. 정부는 24일 오전 개성공단으로 방북하는 946명과 개성공단에서 귀환하는 318명의 통행을 허가한 상태다.

정부는 이와 함께 22일 종합상황대책반을 구성해 운영에 들어갔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상황대책반은 정부의 천안함 사건 후속조치에 대한 북한의 반응과 개성공단 동향을 신속히 파악해 청와대, 외교통상부, 국방부 등 유관 부처에 전파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는 육로통행 자체를 막지는 않고 있다.

유사시 기업들의 행동방침을 담은 위기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은 정부가 이미 지난해 북한의 통행 차단 조치 이후 보강해 기업들에 전달한 상태다. 정부 당국자는 “국민의 신변안전과 재산을 위협하는 다양한 위협에 대비한 계획들이 세워져 있다”고 말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의 위기대응계획은 ‘문제가 생기면 북한 당국과 협의한다’ 정도였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내용이 실질적으로 보강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벌써부터 남측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선노동당 산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1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지금 괴뢰들은 우리 측 지역에 들어와 있던 남측 인원과 장비, 물자를 긴급 소개하며 신변안전대책과 철수준비를 갖출 데 대한 극비지령을 내리는 소동을 피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평통은 19일에도 “괴뢰패당은 (개성)공업지구에 들어와 있는 저들의 기업들에 사업을 새로 전개하지 말며 임의의 순간에 철수할 준비를 갖출 데 대한 비밀지령까지 하달했다”고 비난했다.

한편 통일부는 북한의 일방적인 공단 폐쇄 등의 경우에 대비해 경협보험(북측의 불법행위 등으로 경협 사업자가 손해를 입을 경우 정부가 지급하는 공공보험)을 담당하는 한국수출입은행과 함께 보험금 지급방식과 기업별 액수 등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협보험은 설비의 감가상각을 고려해 초기 투자기업에는 투자비용의 약 50%, 후발기업에는 약 90% 수준을 보장해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동영상 = 北어뢰 파편 공개…천안함 침몰 결정적 증거

▲ 동영상 = 처참한 천안함 절단면…北 중어뢰 공격으로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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