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명단 공개 찬반 팽팽… “공립고 평준화 틀 유지” 2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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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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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보 전국 교육감후보 77명 첫 전수 설문조사

교장 공모제
초빙형 - 내부형 각각 32명
“100% 개방해야” 11명

교원 평가제
“인 사 - 보수와 연계” 21명
“교사 줄세우기… 반대” 32명

학업 성취도
“표집학교만 실시” 최다
“학교성적 공개 불필요” 20명

고교 다양화
“정부안 수용” 22명 그쳐
지 역별 특화된 고교 선호



《“학업성취도 결과는 학교 순위까지 공개해야 하지만 교원평가제 결과를 인사·보수와 연계하는 것은 절대 반대한다.” 학부모들은 교육감 후보를 성향에 따라 보수 또는 진보로 단순하게 나누기 쉽다. 하지만 이념적 성향이 비슷한 것으로 분류되는 후보들이라도 교육 정책 각론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동아일보가 6·2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23일 현재까지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후보 77명을 상대로 첫 전수조사를 해 본 결과가 그랬다. 후보들에게 △교장 공모제 △고교다양화 프로젝트 △교원평가제 인사·보수 연계 △시도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 실시 △교원 소속 단체 명단 공개 등 5가지 현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교장 공모제, 초빙형 내부형 맞서

정부는 교장자격증이 있는 교원만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초빙형 50%’를 내세웠다. 교육감 후보 중 32명이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꼭 같은 수의 후보가 ‘능력 있는 교사라면 누구나 학교장을 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내부형 도입을 주장했다. 완전 개방형을 주장하는 후보도 11명이었다.

내부형 공모제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후보들도 교장 공모제가 궤도에 오르면 완전 개방형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광주 장휘국 후보는 “교장자격증이 없는 평교사 중에서 교육경력 20년 이상 등 일정 자격을 갖춘 교원은 누구나 교장 공모에 응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결국은 100% 개방형 공모제를 통해 비교육적인 승진 경쟁을 지양하고 인사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 정책을 찬성하는 후보들도 초중고교에 따라, 또는 학교 형태에 따라 공모제 형태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 부태림 후보는 “제주도는 농어촌 지역 공모 지원자가 학교당 1명꼴이라 지원만 하면 교장이 된다”며 “지역 상황에 맞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 신국중 후보는 “교장자격증 제도에 대한 불신과 효율성 개선 방안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유일하게 교장 공모제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 공립학교는 평준화, 나머지는 특성에 맞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 대해 26명은 공립 일반계고가 평준화 틀을 유지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보고 있었다. 가장 많은 답변이다. 정부에서 내세운 학교 형태를 고집하기보다 지역 실정에 맞는 학교 형태를 새로 만들겠다는 의견이었다.

지역 전체가 비평준화 지역인 강원도에서 특히 이런 목소리가 많았다. 강원 한장수 후보는 “농어촌 소규모 학교 11곳에 학교당 1억 원을 지원해 명품 전원학교를 만들 계획”이라며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진행하고 있는 ‘혁신학교 프로젝트’가 기본 모델”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는 보수로 분류된다. 부산 이병수 후보가 “부산은 동서 교육 격차가 심한데 이를 해소하려면 서부 지역에 특목고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을 비롯해 시도 자율권 확대 주장 목소리도 많았다.

○ 수도권 교원평가제-인사·보수 연계 쟁점

서울지역 보수 단일화 후보인 이원희 후보는 ‘무능력 교사 10% 퇴출’을 주장하면서 “무능 교원은 평가를 통해 재교육, 직무 재배치 후 마지막으로 퇴출 수순을 밟을 것이다. 우수교원은 보수, 연수, 교장공모 등에서 인센티브를 부여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보수 후보들도 교원평가 결과를 인사·보수와 연계하는 큰 그림에는 찬성했다.

반면 진보진영 단일화 후보인 곽노현 후보는 “교사를 줄 세우는 방식으로는 전문성과 수업의 질을 향상시킬 수 없다”며 “수업 진단뿐 아니라 교육여건 등 교육환경 전반을 체크할 수 있는 학교종합진단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경기에서도 강원춘 후보가 “교원평가 결과를 인사와 보수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힌 반면 김상곤 후보는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위해 실시 취지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며 반대했다.

인천에서는 정부안 찬성 3, 반대 2로 의견이 나뉘었다. 최진성 후보는 “(인사는 아니지만) 보수와 연계하는 것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교원단체 명단 공개 찬반 팽팽

교원들의 소속 단체를 공개하는 문제에서 찬반이 가장 극명하게 갈렸다. 명단을 공개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27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전체 공개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25명이나 돼 2명 차밖에 나지 않았다.

반대 의견인 후보들은 대부분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조했고 찬성하는 쪽에서는 학부모의 알 권리 충족이 우선이었다. 전남 김경택 후보는 “개인의 신상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반면 부산 김진성 후보는 “교원들은 공인이고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의 알 권리가 우선돼야 하기 때문에 명단공개는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며 “다만 스스로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명단 공개에 찬성하는 이들도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명단 공개를 강행한 데는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 학업성취도, 표집 vs 학생 성적만 통보

시도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의견도 팽팽했다. 표집 학교만 시험을 치러도 학생 수준을 평가할 수 있다는 의견이 22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수 실시에는 찬성하지만 학교 성적을 공개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20명이었다. 대구 박노열 후보는 “교육은 학력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며 “표집으로 교육 연구에 필요한 자료로만 활용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경남 강인섭 후보는 “학업성취도 평가는 전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공개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수 의견이지만 시험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원 민병희 후보는 “강원도는 중학교에서 학교장이 시험 준비 때문에 ‘책을 읽지 말라’고 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학업성취도 평가를 폐지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 복지예산 1위는 무상급식

동아일보에서는 교육 현안 설문 조사와 함께 복지 예산을 어디에 우선 투자할 것인지도 물었다. 전체 참여자 75명 중 50명(66.7%)이 1순위로 무상급식을 꼽았다. 진보 보수에 관계없이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경기도교육감 후보 4명 중에선 현 교육감인 김상곤 후보만이 복지 예산 1순위로 무상급식을 꼽았다.

2위는 유아교육이었다. 서울 김성동 후보는 “유아기의 교육투자가 성인기보다 16배의 투자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인성의 기본 틀이 만 5세 이전에 90%가 완성된다. 유아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교육정책 지지” 22%뿐
‘과반지지’ 한건도 없어
선거후 ‘저항’ 가능성


동아일보가 전국 교육감 후보에게 물은 5가지 교육 현안 중 과반수의 지지를 받은 정부 정책은 단 한 건도 없었다. 5개 현안의 정부 정책에 대한 지지도 평균 역시 21.8%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5대 현안을 포함한 정부 정책의 방향과 추진 속도 등이 교육감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16개 시도 교육감은 대부분 보수 성향이기 때문에 정부가 교육 정책을 펴는 데 큰 저항이 없었다. 하지만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을 징계하라는 교육과학기술부 요구를 거부한 것처럼 앞으로 정책 추진에 교육감의 저항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법적 뒷받침 없이 시행하고 있는 교원평가제는 교육감이 ‘우리는 실시하지 않겠다’고 하면 얼마든 무산시킬 수 있다. 학력평가 성적 공개, 고교 다양화 정책 역시 교육감이 거부할 권한이 있다. 교육의원들이 표결을 미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학원 심야교습 제한’도 교육감 의지에 따라 진행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데는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진보 진영에서는 “지나친 경쟁 구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고 보수 진영은 “교과부가 현장 정서를 너무 모른다. 지역 특성도 감안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획일적 기준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는 불만이 컸다. 정부 정책에 찬성한 후보들도 주관식 답변을 통해 ‘제도 보완’을 전제 조건으로 내건 경우가 많았다.

한 교육계 인사는 “모든 지역에서 처음으로 직선을 통해 교육감을 선출하기 때문에 당선된 인물은 유권자 지지를 앞세워 소신을 강하게 펼 개연성이 크다”며 “보수 후보 중에서도 정부 정책을 따르지 않는 인물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동아일보는 설문 조사를 위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과부 관계자들에게 ‘교육계에 가장 민감한 이슈인 동시에 정부 정책에 교육감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작용할 수 있는 항목’을 요청했습니다. 설문 문항은 이들에게 받은 답변을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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