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급한 北 초강수… “사업재개 南에 달렸다” 협상 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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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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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또 벼랑끝 전술
“관광중단 경제손실 막대” 외화벌이 조급함 노출
자산동결 방법 안밝혀 여운

정부, 타협 쉽지 않을듯
관광객 안전보장 답변없고 천안함 北도발 의혹까지
원 칙 따르자면 강경대응


북한이 금강산 내 남한 정부의 부동산을 동결하고 현대아산이 아닌 새로운 사업자를 끌어들여 외화벌이를 하겠다는 내용의 ‘특단의 조치’를 들고 나왔다. 천안함 침몰 사건 등과 연계돼 남북관계에 짙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 정상회담 결렬되자 금강산 공세


북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의 8일 성명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된 내용이다. 개성공단 재검토를 위협하는 내용이 새롭게 포함됐을 뿐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남북 정상회담 개최 협상이 결렬된 이후 대남 공세의 하나로 금강산·개성관광의 재개를 남측에 요구해왔다. 북한은 지난해 8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묘향산에서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을 만나 남북교류 5개항에 합의한 뒤 금강산·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협상을 추진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해 11월 7일과 14일 개성에서 협상이 최종 결렬되자 공세로 돌아섰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는 지난해 11월 26일 관광 재개를 요구하는 첫 공식 담화를 냈다. 이어 올해 1월 14일 당국 간 실무접촉을 제의했고, 2월 8일 접촉에서 일방적으로 4월에 관광을 재개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은 지난달 4일 아태평화위 대변인 담화를 통해 앞으로 단행할 ‘특단의 조치’를 예고했고, 18일엔 당국 간 통지문으로 금강산 내 남측 부동산에 대한 조사를 통보한 뒤 25∼31일 부동산 조사 과정에서 이를 재확인했다.

○ “우선 1차적으로” 단계별 조치 예고

북측은 이날 성명 곳곳에서 금강산 관광을 통해 외자를 유치해야 하는 다급한 심정을 노출했다. 성명은 “(남측이) ‘재산권 침해’니 뭐니 하며 우리의 부동산 조사를 터무니없이 걸고 들고 있다”면서 “이는 적반하장격 궤변으로, 장기간의 관광 중단으로 우리가 입은 경제적 손실은 엄청나며 관광지구 안의 남측 부동산들과 시설들을 다 몰수한다고 해도 보상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성명은 남측 정부 소유 부동산의 동결 방법과 관리 인원 추방, 그리고 현대아산이 아닌 새로운 사업자와 관광을 시작하겠다는 시점을 밝히지 않아 앞으로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또 개성공단 사업의 전면 재검토 위협에 대해선 ‘남한 당국이 대결의 길로 나가는 경우’라는 전제를 달았다. 북한 스스로 “우선 1차적으로”라며 단계별 첫 조치임을 밝혔다.

성명에 앞서 이날 오전 발행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남측이 대결만 추구하며 부당한 입장을 계속 고집하면 어차피 관광사업은 끝장날 수밖에 없다”면서도 “관광 재개 여부는 전적으로 남한 당국에 달려 있다”고 밝혀 여지를 남겼다.

○ 北, 李정부 대북정책 전환 노리나

그러나 문제는 남측이 북측의 사정을 고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달 26일 서해에서 침몰한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나 기뢰 공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북측과 타협하기는 어렵다. 특히 북측이 한국인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어 ‘국민의 신변안전’ 원칙을 강조해 온 정부가 유연성을 발휘하기 힘들다.

결국 당분간 북한은 금강산과 개성 등 ‘남북의 접촉면’에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수록 북한이 천안함 침몰에 개입됐다는 국제사회의 의심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북한이 일련의 대남 공세를 계속하는 것은 남북관계를 위기에 빠뜨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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