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3·1절 기념사 뭘 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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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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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91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김윤옥 여사가
3·1절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 여사의 오른쪽에는 김영일 광복회장이, 이 대통령의 왼쪽으로는 김형오 국회의장과 이용훈
대법원장,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이 자리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세종시’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국민 통합을 강조해 세종시 문제를
통합 차원에서 풀어줄 것을 정치권에 주문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91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김윤옥 여사가 3·1절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 여사의 오른쪽에는 김영일 광복회장이, 이 대통령의 왼쪽으로는 김형오 국회의장과 이용훈 대법원장,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이 자리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세종시’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국민 통합을 강조해 세종시 문제를 통합 차원에서 풀어줄 것을 정치권에 주문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은 1일 취임 후 세 번째로 맞는 3·1절 기념사에서 시종 국민통합과 대승적 화합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취임 첫해 3·1절 기념사에선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형성을, 지난해엔 경제위기 극복과 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각각 강조했었다. 이 대통령의 올해 기념사는 정치권의 최대 이슈인 세종시 문제와 남북관계 해법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3·1운동의 정신이기도 한 통합을 제시한 것이다.》
[국내 정치]초고에 있던 ‘최종결과에 승복’ 부분 빠져
세종시 朴측 자극 우려한 듯 청와대선 “큰 의미 없다”

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세종시라는 단어를 일절 사용하지 않았지만 세종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안타까움과 최고 통치자로서의 바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국가 백년대계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지만 이 또한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했다. 특히 세종시 수정을 반대하는 한나라당 내 친박(친박근계)계와 야당을 염두에 둔 듯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되 작은 차이를 넘어 커다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역설했다. 1월 11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후 처음 충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가 백년대계’와 ‘국민통합’ 차원에서 세종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은 다음 주 충남을 다시 찾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참모진이 당초 준비했던 3·1절 기념사 초고에는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되 작은 차이를 넘어 ‘최종 결과에 승복함으로써’ 커다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지만 독회 과정을 거치며 ‘최종 결과 승복’ 부분이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시 문제를 놓고 공연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결과에 승복을 한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 아니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대북 정책]“北, 南을 경협대상으로만 여기지 말라”
“北 이제는 생각을 바꾸고 행동으로 진정성 보여줘야”


이 대통령은 “이제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의 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지난 2년여 동안 일관된 원칙과 진정성을 갖고 남북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자 노력해왔다”면서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이 남한을 단지 경제협력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진정한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먼저 한반도의 평화가 유지돼야 하며 당사자인 남북 간의 여러 현안을 진지한 대화로 풀어야 한다”면서 “우리가 제안한 그랜드바겐(북핵 일괄타결)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이제 북한은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남북관계에 대한 이 대통령의 평소 인식을 그대로 압축한 것이다. 특히 남한을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대상으로만 보지 말라고 한 것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강하게 촉구한 것이다.
[대일 관계]과거사 비판 대신 미래지향 ‘암묵적 메시지’
日언론들, 연설 긍정적 평가…靑 “8·15때 구체 내용 제시”


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올해가 한일강제병합 100년이 되는 해라는 연대기적 의미를 두 차례 강조했지만 일본에 대해 특별한 메시지를 내놓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나라를 빼앗기고 총칼에 의해 목숨을 잃었지만 우리 민족은 남을 배격하거나 결코 원망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취임 첫해 3·1절 기념사에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형성을 언급했으며 지난해 기념사에서는 ‘대일(對日)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이동관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을 위해 일본이 알아서 할 일을 하라는 암묵적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라며 “8·15 광복절 경축사 때 한일관계에 대한 이 대통령의 구체적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7월 일본의 최대 정치일정인 참의원 선거가 실시되는 점을 감안해 일본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뜻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대해 일본의 주요 언론은 일본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관용과 미래를 강조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사히신문은 1일 석간 8면 톱기사에서 “이 대통령이 한일병합 100년을 언급하면서 ‘민족의 힘을 결집하지 못해 망국의 비운을 맞았다’고 회고했으나 일본에 대한 강한 비판은 피했다”며 “미래지향을 강조했지만 현재의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일본에 대한 비난은 거의 하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일한관계를 도모하려는 자세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 대통령이 관용과 포용의 정신으로 일한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고 전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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