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아침-낮-밤 ‘게릴라식 포격’… 南측 벌컨포도 100발 불뿜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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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행금지 이틀만에 도발
사거리 34km… 백령도도 위험
NLL북측으로 교묘히 조절한듯
남측 경고통신 - 통지문 무시
3 차 포성후 “해안포 철수” 교신

27일 오전 9시 5분 서해 백령도 인근의 북방한계선(NLL) 북쪽 2.7km 해상. ‘쿠쿵’ 하는 굉음과 함께 20여 m 높이의 물기둥이 곳곳에서 솟구쳤다.

같은 시간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 도서지역에 배치된 한국 해군의 레이더 화면에는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정체불명의 궤적들이 잇달아 포착됐다. 곧이어 백령도 해병부대에 배치된 벌컨포가 북한 항공기의 기습 가능성에 대비해 북쪽 하늘로 100여 발을 발사하며 불을 뿜었다.

잠시 뒤 포성의 정체는 북한이 서해기지에서 발사한 해안포로 드러났다. 이틀 전 일방적으로 NLL 이남 수역까지 항행금지구역으로 선포한 북한이 처음으로 NLL을 향해 해안포 도발을 감행한 순간이었다.

오전 9시 35분. 군 당국은 북측에 “즉각 사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상응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통신을 3차례 보냈다. 하지만 5분여 뒤 북한은 경고를 무시한 채 또다시 자신들이 설정한 항행금지구역 내 NLL 북쪽 해상에 해안포 수십 발을 발사했다.

북한의 해안포는 백령도와 연평도, 대청도를 비롯해 인근 해상의 한국군 함정을 직접 타격할 수 있어 지대함 미사일과 함께 남한 해군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꼽힌다.

북한이 보유한 해안포는 76.2mm 평사포와 122mm, 130mm 지상곡사포 등으로 최대 사거리는 12∼27km이고 사거리 연장탄을 쓰면 최대 사거리는 34km까지 늘어난다. 백령도나 연평도에서 북한 해안포가 배치된 서해 도서까지의 거리는 12∼17km에 불과하다.

북한은 한 번에 5∼10발의 해안포를 간헐적으로 같은 지점에 발사했다. 해안포가 설치된 곳은 수면에서 30m 이상 높은 암석 지형이어서 실제 사거리보다 포탄이 멀리 나간다. 하지만 이번에는 해안포 포신 각도를 교묘히 조절해 NLL 이북에 포탄이 떨어지도록 사거리를 줄였다. 남측의 대응을 피해 긴장을 적절한 선에서 유지하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이에 국방부는 이날 낮 도발행위에 단호히 대처할 것이며 모든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측에 있다고 경고하는 내용의 전화통지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오후 2시 반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포 사격 사실을 인정하며 이번 도발 목적이 NLL 무력화임을 드러냈다. 이후 북한은 오후 3시 25분부터 다시 해안포 수십 발을 발사했다.

잦아드는 듯했던 북한의 사격은 어둠이 깔리면서 다시 시작됐다. 오후 8시경부터 들리기 시작한 포성은 이날 늦은 밤까지 계속됐다. 이 무렵 군 당국의 레이더망에는 북한군의 내부 통신 내용이 잡혔다. ‘해안포를 철수한다’는 내용이었다.

군 정보당국은 지난해 11월 대청해전에서 패한 북한이 함정 간 대결은 더는 승산이 없다고 보고 해안포를 이용한 NLL 도발 전술을 채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차츰 도발 수위를 높여 NLL을 넘어 포 사격을 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북한 해안포가 겨냥하는 백령도와 연평도에 지대공 유도무기인 천마 등 대응화력을 보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북한이 NLL을 넘어 도발할 경우 교전수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한다는 방침이지만 일각에선 한반도 최대의 화약고인 서해 NLL 지역에서의 확전 가능성 때문에 정부의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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