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첨예한 대립…여권 핵심 4인의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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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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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1일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한 이후 10여 일이 지난 22일까지 여권 내부에서 세종시 정국을 둘러싼 안개는 걷히지 않은 채 오히려 더 짙어지는 형국이다. 정부 발표 이후 세종시 정국의 열쇠를 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정몽준 대표, 정운찬 국무총리의 행보를 둘러싼 득실을 점검해본다.》

■ 암중모색 이명박
충돌 피하며 해법 구상
靑조정력 허점 노출도

■ 요지부동 박근혜
대선주자 존재감 증명
‘비타협’ 이미지는 부담

○ 침묵하는 이 대통령, 해법 장고

이 대통령은 정부 발표 다음 날인 12일 시도지사 초청 간담회에서 “(세종시 문제가) 뜻밖에 너무 정치 논리로 가는 게 안타깝다”고 말한 이래 세종시 문제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그 대신 2월 설 연휴까지 충청권의 수정안 찬성 여론을 50%까지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면서 세종시 해법을 가다듬을 방침이다.

청와대의 침묵은 수정안에 강력히 반발하는 박 전 대표와 일대일로 부딪치는 모습을 피하면서 다른 국정 현안에 매진해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의연함을 보여주려는 정치적 효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다.

다만 아직까지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여권 내부의 의견 조율에 큰 진척이 없는 것은 청와대의 조정력에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당장 박 전 대표에 대한 설득 노력이 벽에 부닥친 상태에서 두 사람의 회동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태다.

○ 강경 고수 박근혜…‘역풍’ 우려도

박 전 대표는 정부 발표 이후 세 차례나 기자들에게 수정안 불가 방침을 밝혔다. 자신을 겨냥한 정 대표의 발언을 공박하거나 세종시 수정안 당론 채택 움직임에 쐐기를 박는 식이었다. 여권 내에서 수정안 논의 자체가 봉쇄되면서 ‘박근혜의 힘’은 거듭 확인됐다. 충청
권에서 세종시 원안 여론이 수정안보다 여전히 높은 하나의 배경으로 꼽힐 정도다.

결국 박 전 대표의 동의 없이는 이명박 정부의 주요한 정책 추진이 어렵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는 관측이 많다. 이를 통해 그는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굳히며 정치적 영향력을 재확인한 것은 박 전 대표가 거둔 성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박 전 대표의 강경 대응이 계속되면서 ‘비타협적’ ‘발목잡기’ 등의 부정적 이미지가 부각된 점은 부정적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친이(친이명박)진영과 각을 세우면서 화합형 리더십의 이미지가 퇴색된 점도 마찬가지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 구원투수 정몽준
당론변경 ‘총대’ 멜 결심
실세 대표로 변신 노려

■ 고군분투 정운찬
바닥 훑으며 민심 청취
수정안 무산땐 책임론


○ 총대 멘 정몽준

정 대표는 22일 제주도당 국정보고대회에서 “세종시 문제에 관한 박 전 대표와 우리의 인식이나 진단은 같기 때문에 박 전 대표와 정부 대안의 차이는 단순히 어떤 것이 더 좋은 것이냐의 차이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만나서 대화하면 이 정도 의견 차이를 극복하지 못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세종시 토론 자체에 부정적인 박 전 대표를 향한 메시지다.

정 대표는 세종시 수정안 공세의 전면에 조심스럽게 나서고 있다. 필요하면 박 전 대표에 대한 반격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총리실이 박 전 대표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정 대표가 세종시 당론을 수정안으로 변경하기 위한 ‘총대’를 메고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 대표는 아직 당에 뿌리내리지 못한 ‘승계 대표’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은 성과로 꼽을 수 있다. 다만 정 대표가 세종시 정국을 수습하면서 적극적으로 당내 제 세력을 견인하기 위한 정치력을 보이지 못한 한계를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 바닥 훑는 정운찬

정 총리는 수정안 발표 이후에도 매주 충청 지역을 찾아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해서 현지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있다. 여야 의원들과 공식, 비공식 회동 일정도 추가했다.

정 총리의 ‘발품’은 세종시 수정안 전도사로서의 위상을 굳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게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앞으로도 충청권을 다니고 각계 인사들을 접촉하면서 이 같은 인식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 총리 스스로가 “정치적이지 못하다”고 자평하듯이 아직까지 ‘정운찬 정치력’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한계였다는 평가가 많다. 충청 민심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아직 충청권에선 원안 고수 의견이 수정안 찬성 의견보다 많은 편이다.

여권 관계자는 “(정 총리가) 많은 특혜를 내세우기보다 차라리 ‘충절의 고향 충청도가 나라를 위해 한번 봐달라’고 접근하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아쉬워했다. ‘세종시 건설본부장’을 자처한 정 총리로선 수정안이 무산될 경우 이에 따른 직접적인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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