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들 뒷짐만… 여야 완충지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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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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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3人‘예산 대치’ 쓴소리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으로 시작된 민주당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 점거가 25일로 9일째를 맞았다. 18대 국회 개원 후 회의장 점거와 폭력 사태 등 물리적 충돌이 끊이지 않는 것은 여야가 대치할 때 완충지대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유선진당의 중진의원 3인에게 현 정국에서 극한대치의 중간지대가 왜 실종됐는지, 해법은 없는지를 물어봤다.

○ 여당 이한구 “친이-친박 나뉘어 중재는 뒷전”

한나라당의 3선 이한구 의원은 당내 동료 중진 의원들에게 불만이 많다. 꽉 막힌 대치 정국을 풀어야 할 여당 중진들이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과거 여야가 충돌할 때 중진들을 찾아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설득해 봤지만 헛물만 켰다.

그는 “중진들도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자신들의 중재안이 서로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중진들마저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계파별 이해득실을 따지게 되면서 한목소리를 내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과거에는 여야의 중진들이 나서 물밑협상을 통해 타협점을 찾곤 했다”며 “여야의 초·재선이 자신의 정파 목소리만 대변할 때 중진은 계파 이익에 관계없이 조율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야당 김효석 “협상파의 목소리가 공개되기 어려운 환경”

17일 여야 의원 11명과 함께 4대강 예산 중재안을 제시하며 양당 지도부에 협상을 촉구했던 민주당 3선 김효석 의원은 “협상파의 의견을 밖으로 꺼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 의원은 “당 내부에서도 많은 의원이 협상으로 해법을 풀자는 의견이지만 여러 환경이 야당에 불리하다 보니 지도부에 부담을 줄 것을 우려해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내 강경파의 목소리만 외부로 나가다 보니)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항상 싸우려고만 하고 민주당이 협상에 나서도 결국 투쟁으로 가는 수순이라고 여기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나라당 내 협상파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청와대의 의지에 너무 휘둘리면 이쪽(민주당)에서는 한나라당 지도부에 협상권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고, 민주당 내 협상파의 목소리가 힘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양당 원내 지도부에도 “한나라당은 청와대에 대한 눈치에서, 민주당은 시민단체 등 외부세력을 의식하는 것에서 자유로워져 국민을 바라봐야 협상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 제3당 류근찬 “제3교섭단체가 없기 때문”

자유선진당 류근찬 원내대표는 최근 4대강 예산 대치정국을 풀어보기 위해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를 찾았다. 류 원내대표는 “한국수자원공사의 이자보전비용 800억 원을 중심으로 여야가 타협점을 찾아보자”고 중재에 나섰으나 안 원내대표는 딱 잘라 거절했다고 한다. 류 원내대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의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제3당인 선진당이 올해 8월 상실한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회복해야 이러한 대치 정국의 실마리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쇠고기 정국이나 올해 초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 상황에서 제3교섭단체로서 중재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것이다. 류 원내대표는 “15, 16대 국회에서는 자민련이 제3교섭단체로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여당과 제1야당을 견제할 수 있었다”며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해 소수 야당이 설 자리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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