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마당 위축… 상인들 직장복귀 움직임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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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폐개혁 20일째 풍경
술렁이던 민심 표면상 진정세
혼란속 달러-위안화 위력 커져
물주-전주 입지도 더욱 강화

지난달 30일 단행된 북한 화폐개혁이 20일을 넘기면서 초기에 술렁거리던 북한 민심이 점차 진정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고 대북 소식통들이 전했다. 하지만 혼란은 여전하며 장마당 거래도 크게 위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 시장이냐 직장이냐

장마당 거래로 부를 축적해온 ‘시장 세력’을 화폐개혁을 통해 고사시키려는 북한 당국의 노림수는 현재 어느 정도 먹혀들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평가다. 장마당 영세 상인들을 중심으로 월급쟁이로의 복귀를 심각하게 저울질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 화폐개혁 전에는 직장인의 한 달 월급이 쌀 2kg 값에도 못 미쳤기 때문에 출근에 아무런 미련이 없었다. 하지만 화폐개혁 이후 당국은 기존의 월급 액수는 유지하면서 쌀값은 기존보다 100분의 1로 낮춘 ‘국정가격’에 공급하겠다고 선전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화폐개혁 전 장마당에서 kg당 2300원 선이던 쌀을 수십 원씩에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제도가 정착되면 직장인의 월급 구매력은 액면상 100배 높아지는 셈이다. 장마당에서 하루하루 근근이 연명하던 장사꾼들 중에는 차라리 월급쟁이가 낫다고 보고 직장을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래도 국가보단 장마당이 훨씬 믿을 만하다”면서 재기를 노리는 장사꾼도 많다.

○ 달러·위안화 힘을 얻다

국가에서 새 화폐에 따른 국정가격을 정해주었음에도 현재 장마당 거래는 상당히 위축돼 있으며 물품 가격도 매우 불안정하다. 향후 가격 추이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곡물과 상품 등 현물을 갖고 있는 이른바 ‘물주(物主)’들은 사태만 관망하고 있다. 하지만 큰 거래는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큰 거래는 화폐개혁 이전에도 북한 돈이 아닌 달러나 위안화로 이뤄졌었다. 특히 가격이 불안정해지자 물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로서의 달러와 위안화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마당 가격 기준점인 쌀은 화폐개혁 전에 1kg에 0.6달러 또는 4위안 선에서 거래됐는데 지금도 새 화폐 가격에 상관없이 이 정도의 외화만 지불하면 쌀은 얼마든지 살 수 있다. 북한 화폐를 믿지 못하게 된 주민들의 외화에 대한 신뢰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

화폐개혁으로 몰락한 장사꾼들이 생기면서 ‘시장 세력’의 서열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하지만 물주들과 외화를 보유하고 있던 ‘전주(錢主)’들의 지위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것. 특히 영세 상인들이 직장에 복귀하면 이들 계층의 시장 점유율과 지배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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