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법 통과 넉달후 충청서 ‘1:23’ 완패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4일 03시 00분


한나라, 신행정수도-세종시법 합의 후 선거에서 ‘재미’ 못봐
2006년 5·31 지방선거 勝
충청 광역단체장 3곳 석권, 박근혜 “대전은요” 발언 효과
2007년 12·19 대선 勝
“계속 추진” 약속 표이탈 막아, 4개월후 총선 또 충청 참패

여권 내부에서는 세종시 문제가 향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충청권 표심에 미칠 영향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계의 분석은 엇갈리고 있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13일 “(여권 핵심부가) 쓸데없이 세종시 원안 수정을 들고 나와 선거를 망치게 됐다”며 청와대와 정부에 불만을 터뜨렸다. 반면 친이계의 수도권 출신 한 의원은 “한나라당이 지금까지 옛 여권의 신행정수도와 세종시 방안에 번번이 합의해줬지만 뭘 얻었느냐”고 반박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행정수도 공약으로 충청권에서) 재미 좀 봤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실제 이 공약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후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이 제출한 세종시 관련법에 합의해줬다. 과연 충청권 표심을 얻는 데 도움이 되었을까.

○명분-실리 모두 잃은 신행정수도 합의

2004년 4·15 총선을 코앞에 둔 2003년 12월 한나라당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주도한 신행정수도특별법에 합의해줬다. “다음 총선에서 손해 볼 일은 하지 말자”며 마지못해 따라간 것이다. 그러나 충청권의 선거 결과는 참담했다. 대전 6개, 충북 8개 선거구에선 전패했다. 충남 10개 선거구에서 겨우 1석을 건지는 데 그쳤다. 물론 당시 총선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 최대 쟁점이었다. 한나라당이 절대 불리한 국면이었다. 그런 사정을 감안해도 한나라당이 충청권에서 보인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그래서 신행정수도에 합의해 준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더욱이 신행정수도특별법은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아 박근혜 당시 대표는 이 법에 합의해준 데 대해 당을 대표해 사과까지 했다.

○법 합의해주고 한 달 후 패배

2005년 당시 여권은 헌재 결정으로 무산된 행정수도 대신 행정중심복합도시 방안을 다시 들고 나왔다. 한나라당은 분당 직전까지 가는 내분 끝에 2005년 3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을 처리해줬다. 그러나 한 달 후 4·30 재·보궐선거에서 세종시가 들어설 공주-연기 지역에선 중부권 신당을 추진하던 심대평 충남지사가 지원한 무소속 정진석 후보가 당선돼 한나라당은 다시 패배했다.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단독으로 법 통과가 가능한 상황이라 한나라당이 합의해준 것이 충청권에서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다는 얘기가 많았다.

○세종시 아닌 ‘박근혜 효과’로 승리

1년 후인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충청권 광역자치단체장 3곳을 모두 차지해 오랜만에 충청권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당시는 이미 충청권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의 ‘약발’이 떨어졌다는 관측이 많았다. 한나라당 승리의 원인은 충청권을 휩쓴 ‘박근혜 효과’ 덕이었다. 테러를 당해 병원에 실려 간 뒤 깨어난 박근혜 당시 대표의 첫마디가 “대전은요?”였다는 얘기가 돌면서 충청권의 표심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원래 한나라당 소속이었으나 막판에 선거에 불리해질 것을 의식해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바꾼 염홍철 후보가 낙선한 사실만 봐도 세종시 이슈는 이 선거에서 변수가 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래 못간 대선 공약 효과

2007년 12월 대선 당시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은 충청권에 갈 때마다 ‘세종시 사업 계속 추진’을 약속했다. 대선 결과 이 대통령은 대전 충북 충남에서 모두 득표율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이 대통령의 승리는 정권교체 열망이 반영된 것이지 세종시와 별 상관이 없다는 분석과 ‘세종시 공약’이 득표율을 높이진 못했지만 충청표의 이탈은 막았다는 분석이 맞섰다. 4개월 후 2008년 4·9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다시 충청권에서 참패(24석 중 1석 차지)한 것을 보면 그나마 이 공약의 효과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부산대 김용철 교수(정치학)는 “옛 여권이 주도한 신행정수도-세종시 방안에 한나라당은 줄곧 끌려 다녔기 때문에 선거에서 유리한 변수로 삼기 힘들었다”며 “이번에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한다고 해서 다음 선거에서 충청권에서 유리해진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분석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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