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북미접촉에 걸린 시간… 부시 20개월, 오바마 10개월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두 정권 ‘북핵 중시’는 공통점

부시, 대북정책 발표뒤 대화
오바마, 별도의 정책발표 없어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연내 방북으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첫 북-미 양자대화가 시작된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약 10개월 만이어서 너무 뜸을 들였다는 지적도 없지 않지만 20개월이나 걸린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비해선 빨라졌다는 평가다. 대화를 중시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대외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북-미 대화는 북한 핵문제가 핵심 의제라는 점에서 부시 행정부 때와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각론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촉구라는 제한된 목적을 갖고 있는 동시에 북한의 9·19공동성명 이행 촉구 등 비핵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첫 접촉은 외형적으로는 북-미 관계 개선문제 등에 관한 협의였다. 하지만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방북했던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북한이 비밀리에 추진하던 고농축우라늄 핵개발 계획을 추궁하는 중요한 임무를 갖고 있었다. 특히 북한의 우라늄 핵개발 시인으로 인해 2차 핵위기가 본격화되는 계기가 됐다.

북-미 대화에 앞서 미 행정부가 정리된 대북정책을 발표하지 않은 점도 과거와 다르다. 부시 행정부는 약 1년 반 동안 대북정책을 검토한 뒤 대북관계 개선 구상인 ‘볼드 어프로치(과감한 접근법)’를 발표했다. 그러나 초기부터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와 핵실험 등 도발을 겪은 오바마 행정부는 별도의 대북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면서 대북 정책방향의 윤곽을 잡았기 때문에 별도의 정책을 만들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잇단 도발이 미국으로 하여금 대북관계 개선보다는 핵문제 해결에 중점을 둔 ‘그랜드 바겐’으로 접근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한반도 정세도 차이가 있다. 부시 행정부 시절엔 9·11테러 직후의 긴장감이 감돌긴 했지만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을 둘러싼 주변 환경은 꽤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대북제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중국도 제재에 동참하는 현 상황은 유례를 찾기 힘든 기류 변화로 평가된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는 이유의 하나도 이런 제재가 장기화되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