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세종시 두통’ MB, 박근혜 달래기 나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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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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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오후 알베르토 모레노 미주개발은행 총재를 청와대로 초청해 접견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대안이 나올 때까지 참고 기다려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오후 알베르토 모레노 미주개발은행 총재를 청와대로 초청해 접견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대안이 나올 때까지 참고 기다려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개선안 나올때까지 기다려달라” 협조 요청

친이계-친박계 갈등 심화
“방치땐 국정 흔들” 위기감
“朴 전대표측 자극 말라”
靑, 친이 의원들에 당부


세종시 수정 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 간 갈등이 극한 감정 대립으로 치닫자 이명박 대통령이 갈등 봉합의 해결사로 나섰다. 주호영 특임장관을 ‘메신저’로 내세웠지만 자신의 ‘뜻’을 적극 전파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엔 여권 내 세종시 갈등을 더 방치할 경우 국정 동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또 이 대통령은 이르면 이달 안에 국민과의 대화 형식으로 세종시 문제와 관련한 평소 생각을 밝힐 계획이다. 세종시 정국의 ‘막전막후’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 이 대통령, “개선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


이 대통령은 최근 세종시 문제를 놓고 친이 친박계가 연일 감정싸움을 벌이는 상황에 대한 걱정을 참모들에게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청와대 내에서는 친박 의원들이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펼친 대정부 공격 수위가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한다. 한 친이계 핵심 의원은 10일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내분 사태로 치달을 경우 친박 진영은 사실상 ‘제1야당’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청와대에서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온건 성향의 친이계 의원들이 최근 ‘세종시 출구 전략’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들은 여당이 분열될 경우 정부의 주요 정책을 집행하는 데 큰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당 내분 수습을 위해 대통령 정무수석실은 최근 친이계 의원들에게 “박 전 대표와 친박 의원들을 자극할 수 있는 자극적인 발언을 가급적 자제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날 박 전 대표를 향해 “지역주의에 기댄 정치적 사익 추구의 행태”라고 한 김용태 의원에 대해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의 메시지 전달을 박 전 대표에 대한 ‘간접적 사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세종시 문제를 사전에 박 전 대표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친박 전체와 공감대를 형성한 뒤 추진하지 않은 데 대해 우회적으로 유감의 뜻을 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친이 강경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세종시 갈등의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정두언 정태근 권택기 의원 등은 10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박형준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조찬을 하면서 세종시 원안 수정을 강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 이 대통령, 대국민 담화 검토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의 협조를 구하면서도 세종시 정국을 정면 돌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달 세종시와 관련한 견해 표명에 나서는 것도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한다.

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하더라도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게 된 데 대해 사과나 유감을 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그 대신 이 대통령이 “(세종시의 문제점을) 내 양심상 모른 척할 수 없다”고 참모진에게 밝혀왔듯 수정안 마련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전면적인 대국민 설득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 대통령이 정운찬 총리 뒤에 숨고 있다”는 비판을 불식하겠다는 의지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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