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도 물건너 간다’ 野공세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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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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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 “세종시와 별개 추진”

10곳에 124개 공공기관 이전

이명박 대통령이 4일 “혁신도시는 세종시 문제와는 별개로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힘에 따라 혁신도시 사업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부는 혁신도시를 계획대로 조성하겠다고 누차 공언해왔지만 야권은 “세종시 원안이 수정되면 혁신도시 건설계획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지방 민심을 자극해왔다. 실제로 민주당은 10·28 재·보궐선거에서 혁신도시 무산론을 내세워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이 혁신도시 추진을 천명한 배경에는 이 같은 상황이 어느 정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문제로 이미 야당과 충청도민은 물론이고 친박(친박근혜)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만큼 전국 이슈로 비화될 수 있는 혁신도시는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청와대 내에선 지금도 혁신도시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일부 남아 있다.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해당 지역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에서부터, 혁신도시를 새로 건설하면 기존 도심이 오히려 공동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그럼에도 10개 시도에 산재한 혁신도시에 메스를 들이대면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마저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세종시 문제로 가급적 전선을 좁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혁신도시 추진을 놓고 정부 여당 내에서 회의론이 다시 고개들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혁신도시 조성 계획은 부산 대구 광주·전남 등 10곳에 2012년까지 공공기관 124개(세종시와 기타 도시로 옮기는 공공기관을 포함하면 157개)를 옮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2006년 4월 개발 목표와 환경·주거·교통 기본원칙 등을 제시한 ‘혁신도시 기본구상 방향’을 마련한 데 이어 2007년 2월 특별법을 제정하고 공사에 착수했다.

전체 혁신도시 토지보상률은 9월 25일 기준으로 99.4%이며 올해 말까지 전 구간에서 보상을 끝낼 계획이다. 기반조성공사 공정은 0.6∼30.2%로 지역별로 들쭉날쭉하다.

혁신도시가 원안대로 추진돼도 실제 각론에서는 일정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이전 대상 공공기관 중 새 청사 건축을 위한 설계에 착수한 곳은 33곳에 불과하다. 더욱이 혁신도시에 청사 용지를 매입한 곳은 8곳뿐이다. 서로 눈치를 보면서 일정을 미룬 것이다. 최근 통합한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는 다른 기관보다 2년 앞서 내년까지 각각 경남 진주와 전북 전주로 옮겨가야 하지만 통합공사의 본사를 어디에 둘지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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