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대북현안 정부 해법은

  • 입력 2009년 9월 15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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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성 논란 임진강-재발방지 초점
돈 문제인 개성공단- 정상화 길닦기
명백한 총격 금강산-無사과 無관용

정부가 임진강 무단 방류와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재개 등 대북 관련 3대 현안을 각각 분리 대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북-미 대화 가능성 등 외부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지만 임진강 참사로 악화된 한국 내 여론의 향배가 관건이다.

○ 3대 현안 대응 방향

정부의 한 당국자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임진강 무단 방류와 개성공단 정상화는 서로 엮일 사안이 아니다. 별도로 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임진강 무단 방류에 대해서는 북한의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 조치를 강력히 요구하되 이 문제가 다른 현안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분리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당국자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임진강 참사가 큰 사건인 것은 분명하지만 남북 관계를 모두 중단시킬 변수는 아니지 않느냐. 북한이 우리가 통지문을 보내자 바로 답신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쪽도 예기치 않은 결과에 놀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엔 정부가 임진강 무단 방류로 인한 사망자 발생에 대해선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지만 이 문제가 수공(水攻) 논란으로 비화하면서 남북 관계 전반을 냉각시켜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북한의 무단 방류와는 별도로 이번 인명피해가 군과 수자원공사 등 남측의 관리 소홀로 빚어진 측면이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정부는 개성공단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최저 임금 인상률 5%’ 요구를 검토한 뒤 수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북한이 당초 제기한 ‘임금 300달러-토지 사용료 5억 달러’ 조건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개성공단 정상화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통일부는 이미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금강산 관광은 타협의 여지를 배제하고 있다. 박왕자 씨 피격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 재발 방지, 신변안전 보장대책 등 3대 선결조건이 이행되지 않으면 관광을 재개할 수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임진강과 금강산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금강산은 의도적인 총격 사건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로선 선결조건 이행 없이 관광을 재개했다가 비슷한 사건이 재발할 경우 책임론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부담도 갖고 있다. 금강산 관광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개성 관광 재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한 협상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현금 유입을 차단하는 소기의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관광객들이 현지에서 쓰는 비용은 현금으로 지불하더라도 입장료처럼 정액 지급분은 식량 등 현물로 줘서 무기 전용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 여론 향배에 촉각

이 같은 정부 방침의 최대 변수는 국내 여론이다.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임진강 참사의 근본 원인과 책임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개성공단 문제를 긍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에 대한 사과 요구 또한 과거처럼 흐지부지된 채 없던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또 다른 참모는 북한이 무단 방류를 한 의도가 파악됐는지에 대해 “우리는 북한의 성의 있는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북한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 관계가 다음 단계로 옮겨갈 경우 내부 반발을 무마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반면 이 같은 반북 기류가 북한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적절한 수위의 반북 정서는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반북 수위가 고조돼 북에 대한 전면적인 비타협 요구로까지 전개되면 곤란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부로선 크게 불리할 게 없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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