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후계논의 중단 7월부터 이미 시작됐다

  • 입력 2009년 9월 1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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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7월 6일자 1면에 실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평안북도 대계도 간척지 방문 기념사진. 위의 ‘우리 장군님과 끝까지 뜻을 같이하자’고 적힌 대형 구호판은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해 합성한 것이다. 사진의 초점이 김 위원장(앞줄 가운데)을 맞추고 있어 뒤로 갈수록 선명도가 떨어져야 하는데 뒤쪽 구호판이 앞쪽 구호판보다 선명하다. 또 카메라 렌즈가 둥글기 때문에 선의 왜곡이 생겨야 하지만 뒤쪽 구호판의 좌우 선은 전혀 흐트러짐이 없는 반듯한 직선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7월 6일자 1면에 실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평안북도 대계도 간척지 방문 기념사진. 위의 ‘우리 장군님과 끝까지 뜻을 같이하자’고 적힌 대형 구호판은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해 합성한 것이다. 사진의 초점이 김 위원장(앞줄 가운데)을 맞추고 있어 뒤로 갈수록 선명도가 떨어져야 하는데 뒤쪽 구호판이 앞쪽 구호판보다 선명하다. 또 카메라 렌즈가 둥글기 때문에 선의 왜곡이 생겨야 하지만 뒤쪽 구호판의 좌우 선은 전혀 흐트러짐이 없는 반듯한 직선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北노동신문 7월 6일자에 ‘장군님과 끝까지’ 이례적 합성사진
김정일 등장 ‘1호사진’ 조작하는 경우 드물어
“정운 찬양 노래 금지 지시”
WP “최근 승계 언급 사라져”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7월 6일 ‘우리 장군님과 끝까지 같이하자’는 구호를 선전하기 위해 조작한 사진을 게재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이는 북한 지도부가 올해 7월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 문제에 대한 내부 논의를 중단시켰다는 관측이 잇따르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노동신문 1면 하단에 등장한 문제의 사진은 김 위원장이 7월 초 평안북도의 대계도 간척지를 방문해 노동자들과 함께 찍은 것이다. 현장에 있던 구호판에는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혁명의 수뇌부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는 문구가 적혀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등장한 낯익은 내용이다.

그러나 그 위에 큰 글씨로 ‘우리 장군님과 끝까지 뜻을 같이하자’고 적힌 구호판은 사후에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해 합성한 것이다. 마치 교량 위에 커다란 구호판이 얹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조작된 사진임을 알 수 있다.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이 등장하는 이른바 ‘1호 사진’을 조작하고 두 개의 구호판을 한꺼번에 등장시킨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그 시점이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 건재함을 확인시킨 7월 초여서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다시 뭉칠 것을 주민들에게 강요하기 위한 선전선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북한은 올해 7월 김 위원장의 건강 회복 이후 대남, 대미, 대내 전략을 모두 수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7월 이후 미국과의 양자 대화를 시도하고 대남 공세의 수위를 낮춘 뒤 8월 4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과 10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등을 계기로 대미, 대남 유화 정책을 실행해 왔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11일 국내 대북 관련 단체와 국내외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건강이 나아지면서 7월 이후 3남 김정운으로의 승계 문제가 북한 내부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북한 소식지인 ‘림진강’을 발행하는 일본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石丸次郞) 대표는 “전에는 대단히 시끄러웠고 후계자 공식 지명이 곧 이뤄질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후계 문제와 관련해 고위 관리들의 공식 활동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에 앞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10일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후계 문제가) 현 시점에서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한 민간단체 관계자도 11일 “북한 당국자들이 ‘아직은 장군님(김정일)의 지도력이 확고하다’고 말했다”고 동아일보에 전했다.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는 최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7월 초까지 요란했던 ‘백두의 청년대장 김정운 장군이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을 선두에서 지휘하고 계신다’는 선전이 지금은 완전히 없어졌다”며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행진이나 전체 집합을 할 때 그를 찬양하는 노래 ‘발걸음’을 부르지 말도록 지시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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