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3분의 1을 정치인으로 채워

  • 입력 2009년 9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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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대변인 개각 발표 김은혜 청와대 2대변인이 3일 춘추관에서 정운찬 서울대 교수의 국무총리 내정 등 개각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총리와 6개 부처에 대한 중폭 규모의 이번 개각은 현 정부 들어 세 번째 이뤄진 것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靑대변인 개각 발표 김은혜 청와대 2대변인이 3일 춘추관에서 정운찬 서울대 교수의 국무총리 내정 등 개각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총리와 6개 부처에 대한 중폭 규모의 이번 개각은 현 정부 들어 세 번째 이뤄진 것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최경환-임태희-주호영 추가 입각
친이 2명-친박 1명 계파 안배
국정 전반 여당 영향력 커질듯

‘9·3 개각’을 앞두고 정치인 입각은 ‘극소수’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특임장관 신설 여부도 막판까지 유동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뚜껑을 연 결과 정치인 입각은 예상보다 많았다.

이번 개각에서 입각한 6명 중 3명이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합하면 국무총리를 제외한 16명의 장관 중 3분의 1 정도가 정치인으로 채워진 셈이다. 정치권에선 이번 개각으로 사실상 ‘정치내각’이 출범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정치내각’ 출범

당 소속 의원 3, 4명의 입각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에 고무된 분위기다. 당의 요구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이전의 두 차례 개각과 비교할 때 이번 개각은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 리더십의 변화를 예고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이제야 이 대통령이 정치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정치내각의 출범으로 국정 전반 운영과정에서 한나라당에 힘이 부쩍 실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정책에서 엇박자를 내던 당정 관계도 한층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성범 원내공보부대표는 “그동안 내각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정무적 판단도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심의 흐름에 민감한 정치인들을 내각에 포진시킨 것은 최근 국정 운영의 방향이 된 중도·실용 노선과 친(親)서민 행보를 가속화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반면 정치 개각으로 오히려 국정 운영에 대한 당의 책임이 무거워졌다는 평가도 있다. 개각 이후 당의 역할에 대한 기대 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집권 중반을 향해 가면서 여권 내 차세대 주자를 키우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읽힌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후보급은 아니더라도 중량감 있는 정치인을 키우겠다는 뜻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 정권에서도 유망한 정치인에게 ‘기회’를 주는 차원의 입각은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배려로 옛 해양수산부 장관을 거치며 단숨에 대권주자로 부상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차기 주자를 키우는 차원에서 정동영 의원과 김근태 전 의원 등을 입각시켰다.

이번에도 입각을 정치적인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본 상당수 중진 의원들이 장관 자리를 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원희룡 정병국 나경원 의원 등이 입각 대상자로 거론됐다.

○ 입각 3인방…무난한 선택

이번에 입각한 의원 3명에 대해 당내에서는 대체로 무난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 내정자와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는 전문성과 실무능력을 이미 인정받았고 주호영 특임장관 내정자 역시 친화력과 조정능력이 검증됐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친이(친이명박)계 2명(주호영 임태희), 친박(친박근혜)계 1명(최경환)으로 당내 계파 안배도 이뤄졌지만, 정작 세 사람 모두 계파색이 비교적 엷다는 공통점이 있다. 평소 ‘튀는’ 언동을 찾아보기 힘든 안정적이고 화합형인 스타일도 비슷하다. 임 내정자는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 대통령이 후보와 당선인이었을 때 비서실장을 지냈지만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중립을 지킨 점 때문에 친이계의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최 내정자 역시 친박계로 분류되긴 하지만 대선 후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했고 주 내정자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지만 친박계로부터 거부감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앞으로 어떤 정치적 위상 변화를 보여줄지도 관심사다.

지금까지는 ‘정책 전문가’ ‘참모형’이라는 인상이 강했던 임 내정자와 최 내정자는 이제 자신의 정치력과 리더십을 보여줄 시험대에 올랐다. 주 내정자는 사실상 11년 만에 부활되는 정무장관(특임장관) 1호로 당-정 가교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할 수 있을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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