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목표는 높고 기간은 짧다”… 8월 유화공세 가속

  • 입력 2009년 8월 29일 02시 58분


미국과 관계개선 위해‘南과 걸림돌 제거’ 나선듯
금강산 관광등 재개도 노려,남북 고위급 회담 우회 촉구

■ 이산상봉 합의한 날 “연안호 선원 송환” 배경

《북한이 28일 추석 이산가족 상봉과 ‘800연안호’ 선원 석방 방침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대남 유화 공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은 최근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을 벗어나겠다는 ‘통남통미(通南通美)’ 전략을 추구해 왔다. 북한이 쥐고 있던 마지막 카드인 연안호 선원 석방을 결정한 것은 남한 정부가 남북 고위급 회담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 이산가족 상봉 합의한 날에 석방 결정

북한은 이미 연안호 선원 석방을 여러 경로로 예고해 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6일 묘향산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나 “연안호를 빨리 석방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으로 서울에 온 김기남 노동당 비서는 22일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을 만난 자리에서 “(연안호 송환 문제는) 안전상 절차에 따라 시일이 걸릴 뿐”이라며 조기 송환을 예고했다. 그 뒤 문제는 ‘언제 석방하느냐’였다.

북한이 이날 최종 ‘OK 사인’을 보낸 것은 특유의 선전선동 기법을 되풀이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각종 대남 공세 조치를 내놓으며 긴장을 고조시킬 당시에도 일정 기간에 공세를 집중시켜 효과를 극대화하는 패턴을 나타냈다. 북한은 13일 개성공단 근로자 유성진 씨(44)를 석방한 이래 같은 패턴으로 대남 유화 메시지의 극적인 효과를 추구해 왔다. 이날도 이산가족 상봉 합의에 안도하는 남한 여론을 공략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북한의 이 같은 노력은 국내외 상황에 대한 내부적인 초조함과 조바심을 반영하고 있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남한과의 거래를 통해 위기를 면해야겠다는 전술적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반증하듯 김 위원장은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인 2012년을 3년 앞두고 “목표는 비상히 높고 주어진 기간은 짧다”고 말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이날 보도했다.

○ 남한 정부의 대화와 지원 촉구

북한은 자신이 줄 수 있는 선물을 먼저 던진 뒤 “이제 당신 차례”라고 손을 벌리며 남한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27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비공개 현안보고에서 최근 북한의 유화 공세 원인에 대해 “더 큰 벼랑 끝 전술을 위한 전략적인 옵션일 수 있다”고 대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도 이미 분명히 밝혔다. 김정일 위원장은 16일 현정은 회장과 만나 남북 교류협력 5개 항에 합의했다. 금강산과 개성관광의 재개, 백두산 관광 논의, 개성공단 활성화 등이 그것이다. 북한은 또 2007년 이후 지원이 끊긴 남한 정부의 쌀과 비료 지원, 나아가 10·4정상선언을 통해 노무현 정부가 약속한 해주항 개발 등 대규모 경협 프로젝트의 가동도 내심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급할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당국자들은 “기계 고장 때문에 월경한 연안호를 돌려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현대그룹이 북한과 합의한 경협사업에 대해서도 앞으로 논의할 수 있지만 더 큰 지원은 비핵화와 연계할 수밖에 없다는 원칙도 고수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앞으로 차근차근 (당국간 대화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대규모 개발원조 등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결심을 하고 국제사회에 나왔을 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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