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상도동계 10년만에 만난다

  • 입력 2009년 8월 21일 02시 58분


민추협 주축 ‘동서화합’ 모색… 이르면 내주중 회동 전망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와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핵심 인사들이 DJ 서거 이후 영호남 지역갈등 해소와 동서화합을 논의하기 위해 10여 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다.

상도동계 출신으로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회장인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상도동 동교동계의 만남은 양김 시대를 마무리하는 시대적 소명”이라며 “YS DJ 화해의 결과물을 진지하게 논의하기 위해 동교동계 핵심 인사들과의 만남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교동계 인사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한광옥 상임고문은 이날 기자와 만나 “좋은 생각이다. 동교동과 상도동이 서로 화합해 국민통합에 기여해야 하지 않겠느냐. 동서화합을 적극적으로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훈평 전 의원도 “국상이 끝나면 상도동계와 만나 동서화합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23일 예정된 DJ의 국장이 마무리 되는 대로 서로 연락해 이르면 이달 말쯤 만날 것으로 보인다. 상도동계에서는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를 비롯해 한나라당 김무성 안경률 정병국 이성헌 의원 등이, 동교동계에서는 민주당 권노갑 한광옥 상임고문과 한화갑 전 대표, 이석현 의원 등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1984년 YS와 DJ가 전두환 정권에 맞서기 위해 만든 민추협은 당시 민주화 운동의 중심축이었다. 현재 민추협 회원은 500여 명이지만 그동안 민추협의 간판이나 다름없는 상도동과 동교동계의 핵심 회원들은 10년 이상 교류를 하지 않았다.

이들은 DJ 서거 직전 YS와 DJ의 극적인 화해를 계기로 영호남 지역갈등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이 모일 경우 구체적인 지역화합 실천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민추협은 이미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와 부산 민주화공원을 함께 참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양측의 만남은 지역감정이라는 ‘망국병(亡國病)’을 지역화합으로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40년 이상 고착화돼 온 지역감정이 단시간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구체적인 실천 계획 없이 정치적 구호에 그칠 경우 모처럼 조성된 화합의 분위기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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