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대통령’ 내걸고 정권교체… 민주화 기틀 잡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8월 19일 02시 56분



■ 정치분야 성과

“후회스러운 점도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국민 여러분과 저의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최선의 노력을 다해 국운 융성의 기틀을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2002년 2월 24일 ‘위대한 국민에의 헌사’라는 제목의 퇴임사에서 이같이 자평했다. 그는 1997년 대선에서 ‘준비된 대통령’을 내걸고 당선돼 5년간 ‘국민의 정부’를 이끌며 정치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DJ는 무엇보다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냄으로써 대한민국 민주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공로가 크다. 이에 앞서 그는 박정희, 전두환 정권 시절 오랜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반독재 운동을 펼침으로써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함께 1987년 역사적인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 내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산업화에 이어 민주화를 이루는 중요한 전기가 됐다.
DJ는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자신에게 사형을 선고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면을 김영삼 대통령에게 건의해 이를 이끌어 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 설립을 위한 지원을 약속하는 등 군사정권과의 화해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재임 동안 인권 신장을 위한 다양한 노력과 함께 서민을 위한 정치를 폈다. 어려운 서민들에게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 2000년 10월 전면 도입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사회복지의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처음으로 여성부를 신설하는 등 여성 권익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힘썼다.
그러나 DJ가 집권 기간에 이룬 정치적 성과는 경제분야나 남북관계에서 이룬 업적과 비교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DJ가 정권교체를 위해 이념적 정체성이 다른 자민련과 손을 잡은 게 결국 권력 기반의 약화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많다. DJ는 대선 전 자민련과 ‘집권하면 내각책임제로 개헌을 하겠다’고 합의해 DJP 후보 단일화를 이뤄 냈지만 막상 집권 후에는 내각제 개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또 재임 중 부정부패를 일소하지 못했고 ‘이용호 게이트’ 등 대형 권력형 비리사건이 터진 것도 그의 치적에 흠을 남겼다. 호남에 대한 차별을 시정한다는 명목이었지만 호남 편중 인사를 거듭한 게 역설적으로 지역갈등을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