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 예비군처럼 필요할때 소집”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5분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서 밝혀… 검찰 “기능 축소 아니다”

“4차례 위장전입 송구” 사과
“매형사건 부끄럼없다” 반박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는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폐지 여부에 대해 “중수부 요원을 지정해 각 지검 특수부나 지검에 배치했다가 전국적 사건이 발생하면 소집해서 운영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상시에는 최소 인원만 유지하다가 대형 비리 사건이 터지면 일선 검찰에 배치돼 있는 중수부 요원들을 소집해 수사에 나서는 ‘예비군’ 식으로 운용하겠다는 얘기였다.

이날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위장전입과 이중소득공제에 대해선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장인에게서 증여받은 비과세무기명채권과 매형의 보험사기 사건 관여 의혹엔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법사위는 18일 오후 2시 전체회의를 열어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대검 중수부 역할 변화?

대검 중수부 운용에 관한 김 후보자의 발언은 중수부 기능을 축소하겠다는 것으로 비쳤다. 그러자 청문회 준비단은 곧바로 “중수부의 인원이나 역할을 축소하겠다는 뜻이 아니며, 큰 수사 때마다 일선 검찰청에서 무작위로 검사를 뽑아오는 대신 미리 중수부 파견검사 후보군을 지정해 두고 교육과 관리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보충설명을 내놓았다.

실제로 대검 중수부는 평상시에는 10여 명의 부장검사 및 평검사들로 운용되다가 대형 사건 수사 때는 일선 검찰의 특수부 검사 등을 파견 받아 대규모 수사팀을 꾸리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김 후보자의 언급은 지금의 대검 중수부 운용방식을 그대로 설명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중수부의 직접 수사는 제한적으로 갈 수 있다”며 대검 중수부가 직접 수사에 나서는 것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위장전입과 무기명채권 증여

검사 재직 기간 김 후보자의 네 차례 위장전입과 관련해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다른 가족이 주소를 자주 옮긴 것과 달리 김 후보자만 서울에 주소를 둔 것은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김 후보자는 “청약통장 목적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다른 의원들의 추궁에 김 후보자는 여러 차례 “사려 깊지 못한 행동에 사과드린다”고 몸을 낮췄다.

김 후보자가 장인에게서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5억7000만 원 상당의 무기명채권을 증여 받으면서 상속세를 내지 않은 것도 논란이 됐다. 야당 의원들이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장인이 채권을 살 만한 재력이 있는지에 대한 자료를 내놓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따지자 김 후보자는 “장인이 최근에 건물을 팔아 양도소득세만 15억 원을 냈다. 그 정도 재력은 충분히 되는 분”이라고 답변했다.

○매형 사건 관여 의혹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김 후보자가 창원지검 차장으로 재직하던 2001년 7월 김 후보자의 매형이 10억 원대 보험사기 사건에 연루된 수배자였다”면서 “해경이 매형에 대한 긴급체포승인서를 신청하자 검찰이 발부해줬다가 40분 뒤 석방지휘요청서로 바꿨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는 매형이 조사를 받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답변했으며, 청문회준비단은 별도 보도자료를 통해 “통상 긴급체포승인서와 석방지휘요청서를 함께 보내오는데 이를 오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이 “담당검사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느냐”고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하자 김 후보자는 “경찰에서 무혐의로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기소했고,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고 반박했다.

한편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은 김 후보자가 대전고검장 재직 때 근무시간에 미스코리아 심사위원장을 맡은 것을 거론하며 “사정기관의 수장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고 꼬집었다. 김 후보자는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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