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했던 나진-선봉 경제특구 김정일에 세부 대책 물었더니 …”

  • 입력 2009년 8월 10일 02시 59분


“‘대외 선전용일뿐’ 답변 돌아와”

■ 北 개방 왜 안되나 했더니…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7일 북한이 스스로 개혁 개방에 나설 것이라는 일부의 관측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1993년 시작된 나진 선봉 경제특구 건설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일화를 비관적 전망의 근거로 소개했다.

북한 정부는 당시 나진 선봉 경제특구 건설 초기 북한 당국이 특구를 홍콩처럼 만들겠다고 떠들었지만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이를 걱정한 한 경제담당 중앙당 비서가 황 전 비서에게 “김 위원장에게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황 전 비서의 말을 들은 김 위원장은 “대책을 왜 세우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진 선봉 경제특구는) 세계에 북한이 개혁 개방 의지가 있다는 것을 표시만 하려는 것이고 잘하면 외화나 벌까 해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황 전 비서는 “김정일은 경제 개혁과 관련해 자기 손발처럼 부리는 경제담당 비서도 속일 정도였다”며 “중국이 개혁 개방을 위해 경제특구를 건설한 반면 김정일은 개혁 개방을 하지 않기 위해 경제특구를 만들었지만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990년대 북한에 대규모 사업 투자를 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사례를 들면서 개성공단에 대한 환상도 깨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해외 원조를 늘리고 남북 화해 의사를 보여주기 위해 개성공단을 통해 남한 자본가들을 농락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개성공단에 많은 투자를 하면 그것이 아까워 나가지 못할 것을 이용하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당시 김 회장은 북한 노동자들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그가 만난 노동자 대표라는 자들은 모두 노동당의 간부였다. 지금 개성공단에서 근로자들이 일하려고 경쟁을 하고 있는데 이들은 다른 노동자들과 대비된다. 개성공단 노동자 4만 명 중 북한 보위부, 당의 밀정들이 얼마나 많겠나. (현대아산 억류 근로자 A 씨를 지칭하는 듯) 잘 준비하지 않고 여성 노동자한테 말을 걸다가 붙들린 것이 아닌가.”

황 전 비서는 이어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이 변화할 만큼 영향을 끼치려면 100년이 걸릴 것인데 그럴 바에는 북한 지도부가 늙어 죽기를 기다리는 것이 낫지 않냐”고 반문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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