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003년 부안의 실패, 이번엔…

  • 입력 2009년 7월 17일 02시 56분


‘사용후 핵연료’ 처리방안 다룰 공론화委 29일 출범

각계 전문가 14인 참여… 위원장에 김명자 前환경장관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각계 전문가 14명이 참여하는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방법 논의를 위한 공론화위원회’가 29일 공식 출범한다. 사용 후 핵연료란 원자력발전소에서 핵연료로 사용하고 남은 폐기물. 현재 원전에 임시 저장되고 있으나 2016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처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에 위원회가 출범함에 따라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본보가 입수한 ‘사용 후 핵연료 공론화를 위한 권고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공론화위원회의 활동과 병행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사회적인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는 경희대 황주호 교수 등 13명으로 이뤄진 ‘사용 후 핵연료 공론화 태스크포스(TF)’가 작성했다.

정부가 이처럼 ‘공론화’ 과정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가 2003년 ‘부안 사태’보다 사회적으로 훨씬 더 큰 파급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전북 부안에 건설하려던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은 원전에서 사용한 작업복과 장갑 등 중·저준위 폐기물을 묻기 위한 처분장이었지만 정부가 미숙하게 추진하면서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보다 인체에 유해하고 환경에도 좋지 않은 물질이라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사용 후 핵연료는 2008년 말 현재 1만83t이 국내 4개의 원전에 임시 저장되고 있다. 현재의 저장 능력을 감안하면 2016년 고리 원전부터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별도의 관리 시설이나 관리 방안이 정해지지 않으면 국내 전력 생산의 35%를 차지하는 원전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더는 공론화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공론화위원회는 대외적으로 신망이 높은 14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들 14명 위원의 토론이 전부가 아니다. 우선 일반시민 100∼200명을 대상으로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심도 있는 토론을 하게 한 후 의견을 조사하는 ‘공론조사’ 방법이 쓰인다. 또 이해관계가 없는 일반 시민 20여 명으로 배심원단을 구성해 청문절차를 거치는 ‘시민 배심원제’도 운영한다. 이와 함께 각계각층의 자문위원단도 조직할 계획이다. 정부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이러한 대화 채널에서 나오는 모든 의견을 공개할 방침이다.

지식경제부 당국자는 “사용 후 핵연료의 장기적인 관리 방안을 수립하는 데 있어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중간저장 시설 용지 △중간저장 기간, 시설 규모 및 방식 △용지 선정 절차 및 지역 지원 방안 등을 담은 보고서를 내년 6월까지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공론화위원회에서 마련된 기본계획은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원자력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정부는 이후 필요하면 ‘부지선정위원회’를 내년 하반기(7∼12월)에 구성해 2011년 상반기(1∼6월)까지 용지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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