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초선 40명 “MBC 최고경영진 책임져야”

  • 입력 2009년 6월 24일 02시 59분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이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광우병 보도에 대해 MBC ‘PD수첩’ 제작진은 사과하고 제작책임자와 최고경영진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왼쪽부터 이은재 손숙미 김영우 배은희 강승규 의원. 사진 제공 데일리안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이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광우병 보도에 대해 MBC ‘PD수첩’ 제작진은 사과하고 제작책임자와 최고경영진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왼쪽부터 이은재 손숙미 김영우 배은희 강승규 의원. 사진 제공 데일리안
“광우병 왜곡 사과하라” 성명
엄사장 반발에 역공 나서

한나라당 초선 의원 90명 중 40명이 23일 MBC 엄기영 사장 사퇴를 사실상 촉구하고 나섰다.

강승규 조해진 김영우 이은재 배은희 손숙미 의원 등 40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 및 성명 발표를 통해 지난해 4월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 보도에 대해 PD수첩 제작진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지난해 온 국민을 광우병 공포에 몰아넣고 사회적 대혼란을 야기한 MBC PD수첩의 보도는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왜곡과 과장이었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 발표로) 만천하에 드러났다”면서 “PD수첩 제작진은 언론 자유를 들먹이며 정치적 탄압을 주장하지만 언론의 자유는 정치적 선동과 조작까지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MBC와 시민사회단체 등에 4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이들은 “PD수첩 제작진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사실을 왜곡하고 과장함으로써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자행했다”면서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라”고 말했다. 이어 “PD수첩 제작진의 취재와 보도 과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자체 정화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MBC의 제작 책임자와 최고경영진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PD수첩 보도에 편승해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를 주도한 시민사회단체(광우병국민대책회의, 한국진보연대 등)의 사과, 시사프로그램의 취재 및 보도 과정에서 균형을 추구할 수 있는 제도 확립 등도 함께 요구했다.

여권 내에선 지난해 MBC의 광우병 관련 보도와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관련 방송을 지켜보면서 균형을 잃은 방송을 그대로 둘 경우 국정 운영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돼 왔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 발표 직후 “외국 같으면 경영진이 사죄하고 총사퇴해야 하는 일”이라고 비판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PD수첩의 왜곡 과장보도 내용보다는 검찰이 제작진의 e메일을 공개한 것이 논란이 되고, 엄 사장이 22일 “(이동관 대변인의 발언은) 부적절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진퇴는 내가 결정한다”고 반발하자 친이계(친이명박계)를 중심으로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이 역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성명 발표를 주도한 세력은 “이명박 대통령을 흔들지 말라”면서 당 쇄신파를 경고한 ‘48인 모임’과 상당 부분 겹친다. 그러나 성명에는 친이계 강경파인 권택기 김용태 의원, 친박(친박근혜)계 김태원 의원, 중립 성향 등 초선 90명 중 40명이 참여했다. 지난해 KBS 정연주 전 사장 사태와 관련해 침묵했던 초선 의원들이 계파와 정치 성향을 떠나 이처럼 대거 동참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초선 의원들이 점화한 엄 사장 문책 논란은 8월 중순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9명)들은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됐으며 임기는 8월 9일까지로 한 달 보름가량 남았다. 엄 사장 임기는 2011년 2월까지지만 새로 구성되는 방문진 이사회가 재신임 여부를 물을 수 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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