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무수단리로 안가고 동창리로 이동한 까닭은?

  • 입력 2009년 6월 1일 02시 54분


평양서 200km… 미사일 발사 앞당기려 이동시간 줄인듯

조립에서 발사대 설치까지 2주
6·15공동선언 9주년 기념일이나 16일 한미정상회담 겨냥할 수도
사거리 1만km땐 LA까지 도달

미국 정찰위성에 포착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당초 예상되던 동쪽이 아닌 서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미 정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더욱이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이 ICBM과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첩보까지 입수된 상황이다. 정보 당국은 단순한 ICBM 시험발사 이상의 정치적 이벤트가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며 긴장하고 있다.



이동시간 줄여 발사 앞당길 듯

북한은 새 ICBM의 이동을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ICBM은 지난달 29일 미국 정보위성에 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3량의 트레일러에 1, 2단계 추진체를 실은 것으로 파악됐다. 트레일러는 평양 인근 산음동 병기연구소를 출발해 인근 기차역으로 이동했고 30일 오전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미 정보 당국자들은 4월 5일 장거리 로켓이 발사된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를 목적지로 지목했다. 따라서 이동하는 기간과 도착 후 로켓을 조립하는 기간 등을 감안하면 빨라야 6월 말이나 7월 초에 발사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ICBM이 정보 당국자들의 전망과는 정반대 방향인 동창리로 움직인 것이 확인되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우선 미사일이 평양에서 200여 km 거리의 동창리 기지에 하루 만에 도착한 셈이어서 발사 준비기간이 크게 단축됐다. 미사일을 조립해 발사대에 세우는 등 2주 만에 발사 준비를 마치면 이달 15일 6·15 남북 공동선언 9주년 기념일과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날짜에 맞출 수 있다.

중국의 량융춘(梁永春) 군사평론가는 31일 국제라디오방송 ‘중국의 소리’가 마련한 대담 프로그램에 나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나온 뒤 ICBM을 발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북한 처지에서 미사일 발사는 핵무기 개발에 대한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자 상대방의 신경을 건드리는 고도의 심리전”이라고 분석했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기지의 실체

북한이 동창리에서 실제로 ICBM을 발사한다면 이는 사거리 5000km를 넘는 미사일 기술을 입증하는 첫 사례가 된다. 현재까지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로켓 등은 사거리가 3000여 km에 그쳤다. 사거리가 5000km일 경우 미국의 알래스카까지, 1만 km일 경우 로스앤젤레스까지 도달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동창리 발사기지는 규모 면에서 무수단리보다 진일보한 시설이어서 ICBM의 발사를 전제로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며 “ICBM이 동창리로 갔다면 새 발사기지의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특히 동창리 기지는 핵시설 집결지인 영변 핵단지에서 불과 70여 km 떨어져 있다. 북한이 1998년과 2006년, 그리고 올해 4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무수단리는 영변 핵단지와 300km 이상 떨어져 있다. 동창리 인근엔 1980년대부터 140차례 이상 고폭실험을 해온 용덕동 실험장이 있다.

따라서 동창리는 영변 핵단지에서 개발한 소형 핵탄두를 옮겨와 미사일 본체와 결합해 시험발사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한미 정보 당국은 영변 핵시설과 동창리 기지, 용덕동 실험장을 북한 핵미사일 전략의 삼각지대로 보고 오래전부터 주목해 왔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이 7, 8년 전부터 공사를 시작한 동창리 기지는 지난해 말 이후 거의 완공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동창리 기지는 이동이 가능한 발사대 두 곳과 미사일을 지지할 수 있는 10층 건물 높이의 지지대, 엔진시험대, 지상관제소 등으로 이뤄져 있다. 북한은 지난해 6월 이곳에서 장거리 로켓의 엔진연소실험을 실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동창리로 간다면?

정보 당국은 김 위원장의 ‘6월 초 동창리 방문’ 첩보에 주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6월 초 동창리를 방문한다면 미사일 발사 장면을 현장에서 참관하거나 발사기지 준공식에 참석하려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김 위원장의 동선(動線) 역시 미사일 발사 시기 등을 점치는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동선은 아직 불확실하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8일 김 위원장이 동창리 발사기지 인근 안주시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가 31일에는 강원 원산시의 갈마휴양소에 새로 건설된 갈마극장을 방문해 공훈국가합창단의 개관 공연을 관람했다고 전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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