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 인터뷰

  • 입력 2009년 6월 1일 02시 54분


“문화-재생에너지 등 활기찬 교류

경제-북핵위기 해결 한국해법 지지”

《“전 세계가 경제위기와 정치적 불안정, 팬데믹(신종 인플루엔자 같은 전염병의 창궐)의 위협 같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아세안(ASEAN)과 한국이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경제성장과 안정의 견인차 역할을 해내야 한다.”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1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방한해 이번 회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국에 도착한 직후 진행한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최근 북핵 문제부터 양국 협력, 기후변화 문제 등 여러 이슈에 대한 의견을 상세히 밝혔다. 아시아에서 주목받는 여성 리더로서 한국 여성에게 보내는 격려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아로요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정상 11명 중에서 유일한 여성 지도자다. 회의를 앞두고 아시아 지역 여성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이는 ‘한-아세안 지역의 여성 발전’ 국제포럼 등이 열린 것도 그의 역할에 비중을 실어주고 있다.

다음은 아로요 대통령과의 일문일답.

―최근 북핵 문제에 대한 아세안 및 필리핀 정부의 방침은 무엇인가.

“북한의 비타협적인 태도는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구하기 위해 한국의 형제들(brethren)과 협력할 것이다. 필리핀은 대화와 외교적 방법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지지한다. 우리가 필리핀 남부지역의 분쟁에 ‘소프트 파워’를 시도해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외교적 해결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 동시에 북한에는 지역평화와 안정이 가져올 더 큰 혜택을 위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아세안의 대응 방안에 대한 견해는….

“아세안은 상호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에 함께 노력해 왔다. ‘치앙마이 이니셔티브(통화스와프를 통한 역내 자금지원제도)’를 바탕으로 우리의 역량과 자원을 끌어내려는 시도가 대표적인 예다. 12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아세안 유동성 펀드는 현재 경기침체에 직면한 아세안+3 회원국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양국 협력 증진 방안을 밝혀 달라.

“오늘날 양국 관계를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활기찬(vibrant)’이 될 것이다. 필리핀에는 한국의 관광객과 영어를 배우려는 학생,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온 은퇴자가 많다. 한국은 7번째로 큰 필리핀의 교역 상대이자 수출 수입시장이며 필리핀 내 외국인 직접투자 최상위권 국가이기도 하다. 교육과 문화 교류도 꾸준히 늘었다. 양국은 이런 협력을 넓고 깊게 만들 방법을 함께 찾아가면서 관계를 발전시킬 것으로 믿는다.”

―필리핀 내 한국 기업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있나.

“감세 혜택 같은 재정적 인센티브와 함께 여러 서비스와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다. 또 필리핀은 영어를 쓰는 근면한 고급 인력을 포함해 비즈니스를 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번 방한기간에 필리핀에 투자할 한국 기업에 대해 보고를 받았는데 여기에는 풍력과 바이오원료 같은 재생에너지 개발을 포함한 7가지 에너지 프로젝트가 포함돼 있다. 한국 기업이 필리핀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둘러싼 국제 논의가 활발하다.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과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해수면 상승부터 이상 기후, 산림 황폐화, 하늘 바다 땅의 오염 같은 기후변화 문제는 필리핀 전역에서 직면한 도전이다. 이런 문제점에 대응하기 위해 나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환경보호를 동시에 추구하는 ‘그린 필리핀 플랜’을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선진국을 포함해 모두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

―아시아의 대표적 여성 리더로서 한국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나는 포부가 큰 젊은 여성들에게 믿음을 갖고 헌신하라고 강조해 왔다. 여성이 리더 자리에 오르려면 아직도 (남성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하지만 역사와 시간은 여성의 편이다. 세계적으로 리더 위치에 오른 여성들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가질 정도로 많아졌다. 젊은 여성들이 자신들의 높은 목표를 성취하고자 한다면 지금만큼 좋은 때가 없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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