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툭하면 ‘정전협정 불이행’ 협박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28일 02시 59분



전문가 “PSI, 특정국 겨냥안해… 정전협정 위반 아니다”
북한은 27일 한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몰아붙이면서 더는 정전협정에 구속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의 이런 일방적 선언으로 정전협정은 무효화되는 것일까? 그러나 정전협정은 일방의 파기로 무효화될 수 없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견해다.
▽쌍방 합의 있어야 협정 수정 가능=1953년 7월 체결된 정전협정에는 ‘폐기’에 대한 조항은 없다. 다만 부칙 5조 61항은 ‘정전협정에 대한 수정과 증보는 반드시 적대 쌍방 사령관들의 호상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62항은 양측이 새로운 협정으로 대체하기 전까지 정전협정은 계속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북한의 일방적 선언으로 협정 내용의 일부가 변경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이런 측면에서 북한의 이번 선언도 그동안 계속돼 온 ‘정전협정 무시화 전략’의 연장일 뿐”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군사정전위원회를 사실상 정지시켰고 그동안 몇 차례나 ‘정전협정 불이행’을 위협했다. 북한은 2003년 2월과 7월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과 관련해 “정전협정 모든 조항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고, 2006년 8월에도 을지포커스렌즈(UFL) 훈련을 비난하면서 “앞으로 정전협정의 구속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PSI는 해상봉쇄?=한국의 PSI 참여가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북한의 주장에도 사실 왜곡과 무리한 논리 전개가 숨어 있다. 한 군사 전문가는 “북한의 반발은 심하게 말하면 ‘우리 선박은 PSI에 저촉되는 행동, 즉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우선 ‘어떤 종류의 (해상)봉쇄도 하지 못 한다’고 규정한 정전협정 제15항을 들어 PSI가 사실상의 해상봉쇄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해상봉쇄는 특정 국가 인근 해상에서 상선 등 모든 선박이 드나드는 것을 막는 것이지만 PSI는 WMD를 적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만을 대상으로 할 뿐이어서 차이가 크다.
북한은 또 PSI가 자신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PSI는 WMD의 확산 방지를 위해 9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협력체제로서 특정 국가를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차두현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은 “북한은 그동안 핵과 미사일이 남북간 문제가 아닌 국제적 의제라고 주장해왔는데, PSI야말로 정전협정과 상관없는 국제적 의제”라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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