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뜻’ 빌미로 국민과의 약속 뒤집나

  • 입력 2009년 5월 19일 02시 55분


외면하는 두 위원장 민주당이 ‘6월 미디어 관계법 합의 처리’ 약속 파기를 공언하면서 여야 합의로 출범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유명무실해질 위기에 처했다. 김우룡 위원장(한나라당 추천·왼쪽)과 강상현 위원장(민주당 추천)이 위원회 출범 초기인 3월 20일 회의 도중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외면하는 두 위원장 민주당이 ‘6월 미디어 관계법 합의 처리’ 약속 파기를 공언하면서 여야 합의로 출범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유명무실해질 위기에 처했다. 김우룡 위원장(한나라당 추천·왼쪽)과 강상현 위원장(민주당 추천)이 위원회 출범 초기인 3월 20일 회의 도중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민주당, 미디어법 수정-철회 연일 공세

“재보선으로 민심 확인”- 민주 승리 1곳밖에 안돼
“여론수렴이 전제 조건”- 미발위 구성이 여론 수렴
“미발위의견 법안 반영”- ‘자문기구’ 성격과 배치돼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표결처리하기로 여야가 3월 합의한 방송법 개정안 등 4개 미디어 관계법안의 처리를 저지하겠다는 뜻을 연일 밝히고 있다. 민주당은 합의 파기를 정당화하기 위해 몇 가지 논거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사정 변경의 논리’다. 이강래 신임 원내대표는 1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4·29 재·보궐선거 결과 국민은 국정운영 기조의 궤도 수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미디어 관계법도 다시 점검하고 수정·철회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합의는 상황이 달라지면 재고하고 재검토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도 지난 재·보선에서 국회의원 선거 다섯 곳 중 한 곳만 승리하는 데 그쳤다. 이 원내대표의 논리를 따지자면 국민은 민주당에도 궤도 수정을 요구하는 걸로 봐야 한다.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 결과는 민심의 표출이지만 선거의 결과를 개개 입법사항이나 여야 합의사항에 적용하려 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둘째,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 의견이 수렴되지 않으면 3월 합의의 전제를 충족하지 못하므로 여야 합의는 무효’라는 것이다. 3월 합의문은 ‘3월 초 문방위(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자문기구인 여야 동수의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고, 문방위에서 100일간 여론 수렴 등의 과정을 거친 후 6월 임시국회에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표결 처리한다’고 돼 있다. 여론 수렴 등의 과정을 거치라고는 했지만 그 방식에 대해서는 규정하지 않았다. 3월 5일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발위) 설치와 관련한 여야 문방위 간사 합의에서도 ‘위원회 운영은 위원회 독립성 보장을 위해 자율에 맡긴다’고 돼 있다. 따라서 여론 수렴 방식은 미발위가 알아서 할 일이지 민주당이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여야가 입법 공청회 등 제도적 여론 수렴 장치를 내버려두고 미발위를 구성한 것도 국회의 기능을 스스로 외면한 것인데 여론조사까지 하려는 것은 그야말로 포퓰리즘에 휘둘리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셋째, ‘미발위에서 수렴된 의견은 꼭 법안에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합의문에 ‘여론 수렴 등의 과정을 거친 후’라는 표현이 있는 만큼 여론조사 결과를 법안에 반영하는 게 옳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미발위의 성격이 ‘자문기구’라는 여야 합의에 배치된다. 미발위는 자문기구인 만큼 결론을 도출하면 좋겠지만 반드시 결론을 도출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도출된 결론에 문방위가 구속될 필요도 없다는 것이 국회 안팎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최근 “한나라당이 원안 그대로 통과시키려 한다면 적극 반대한다”면서도 “민주당이 미발위의 결론에 따르지 않는 한 문방위의 법안 처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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